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이란 쾌거를 거두면서 미국 사회가 비(非)영어 영화, 즉 자막 영화를 재조명하고 있다.
영화 자막을 보는 데 익숙하지 않은 영어권 사회에서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자막을 기피하는 관객들이 많지만, 자막을 함께 볼수록 두뇌가 활성화한다는 전문가들 분석을 전하면서다. 봉 감독이 말한 ‘1인치 언어장벽’이 실은 ‘1인치의 선물’인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영화 기생충 이후, 미국인들에게 자막은 아직도 1인치 장벽인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이같이 보도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시ㆍ청각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데, 여기에 자막이 더해지면 뇌가 더 다양한 인지능력을 발휘할 뿐 아니라 영화 속 사건과 인물의 감정도 훨씬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제프리 잭스 워싱턴대 심리학 및 뇌과학과 교수는 “자막 영화를 보는 사람의 뇌는 더빙 영화 등 비자막 영화를 볼 때와 달리 영화 속 자막의 뜻, 단어의 배열 순서, 이를 통해 전달되는 감정 변화 등의 정보를 받아들이기 위해 새롭게 작동하게 된다”며 “머릿속에서 오케스트라에 버금가는 다양한 작용의 협업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뇌가 활성화된다고 해서 반드시 ‘자막 영화=보기 어렵다’는 뜻은 아니라고도 했다. 영국 버벡 런던대의 팀 스미스 인지심리학 교수는 “자막 영화를 보는 동안 관객은 화면에 더 몰입하고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일단 몰입하게 되면 모국어에 버금가는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오히려 관객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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