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룰(46)씨는 인도네시아 중부자바주 스마랑의 앙콧(angkot) 운전기사다. 앙콧은 승합차처럼 생긴 인도네시아의 대중교통 수단이다. 12일 트리분뉴스에 따르면, 어린 딸 둘을 업무 시간 내내 태우고 다니는 그의 일과는 독특하다.
오전 6시 갓 100일이 지난 딸 빌키스를 업고 집을 나와, 큰딸 발키스(7)를 등교시킨다. 이어 손님들을 태우고 버스터미널로 간 뒤 주차한다. 터미널 화장실에서 빌키스를 씻기고 분유 한 병을 먹인다. 그는 “집에서 씻기려면 이웃에게 매번 물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화장실이 편하다”고 귀띔했다. 아기가 용케 잠들면 누룰씨는 편하게 손님들을 태우고 돈을 벌 수 있다.
오전 10시30분 누룰씨는 집에 잠시 들른다. 하교한 딸 발키스를 태우기 위해서다. 세 부녀는 이후 누룰씨 업무가 끝나고 셋방에 들어가는 오후 10시까지 앙콧을 함께 타고 다닌다. 그는 “아이들을 집안에 내버려두고 하루 종일 걱정하는 대신 우리 셋이 이렇게 다니면 평화롭게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누룰씨 아내 아리아니(당시 21)씨는 지난해 11월 빌키스를 낳다가 세상을 떠났다. 병원비도 갚지 못한 누룰씨는 당장 두 아이를 부양해야 했다. 그는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든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살아야 한다. 아이들만큼은 더 나은 삶을 살기 바란다”고 했다.
다행히 누룰씨 부녀의 사연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알려지면서 최근 도움의 손길이 답지했다. 한 예술가는 병원비 930만루피아(80만원)를 갚아줬고, 마을 사무소는 누룰씨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업무 시간 동안 빌키스를 맡아주기로 했다. 주민들은 십시일반 모아 기저귀와 분유를 선물했다.
자카르타=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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