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상황에선 미즈기와 대책 효과 제한적”
일본 요코하마항 앞바다에 격리돼 있는 대형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일본 정부가 취하고 있는 미즈기와(水際) 대책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카베 노부히코(岡部信彦) 가와사키(川崎)시 건강안전연구소장은 12일 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람 간 전염이나 무증상 감염자가 일본 국내에서 확인돼 이미 각지에 신종 코로나가 확산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상황에선 미즈기와 대책의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즈기와는 일본어로 물가를 뜻하는 말로, 전쟁에서의 미즈기와 작전은 해상으로 공격해오는 적을 물가로 끌어들여 육지에 제대로 받을 들여놓기 전에 섬멸하는 것을 의미한다. 방역과 관련해선 전염병이나 유해생물이 상륙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공항과 항만 등에서 이뤄지는 정책을 칭한다.
2009년 신종 플루가 유행했을 당시 국립감염증연구소에서 대응을 주도했던 오카베 소장은 “지금까지 일본의 미즈기와 대책은 일정한 효과를 냈지만, 지금은 가속페달을 느슨하게 밟을 때”라며 미즈기와 대책으로 인한 두 가지 역효과의 가능성을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우선 미즈기와 대책의 본래 목적은 바이러스 침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늦추는 것이다. 국민들로 하여금 이 대책의 효과를 과도한 기대를 갖게 할 경우 바이러스 유행이 현실로 나타날 경우 패닉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하나는 미즈기와 대책에 따라 무차별적인 바이러스 검사 등 방역 정책에 과도한 의료 인력과 장비가 투입될 경우 실제 발생한 중증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게 되는 의료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가 지금 해야 할 것은 미즈기와 대책의 강화보다는 국내 대책”이라며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었어도 적절한 치료를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이라고 강조했다. 감염자 전용 의료시설에 경증 환자까지 입원시키기 보다 중증 환자를 우선적으로 치료하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신종 코로나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미즈기와 대책을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 감염자가 탑승한 것으로 확인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출발지인 요코하마항으로 지난 3일 입항하는 것을 막아 항구 앞바다에 격리한 것은 그 대책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해당 크루즈선의 3,711명의 승무원과 승객 등 탑승자 가운데 이날까지 174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일본 당국은 크루즈선에 대기 중인 약 3,500명 가운데 기침, 발열 등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검체를 채취해 추가 검사를 계속하고 있지만 의료기관 등의 검사 및 수용 능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를 검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현재 국립감염증연구소와 전국 83곳의 지방위생연구소다. 이를 완전 가동할 경우 하루 최대 1,500명 정도의 검사가 가능하지만, 신종 코로나 대응 의료기관이 부족해 기관별로 숙련도의 차이가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하루 최대 300건 정도의 검사능력이 있다”며 “오는 18일까지 하루 1,000건 이상의 검사능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탑승자 전원에 대한 검사로 대응할 방침을 시사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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