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입주생들 “미리 알려주지 않아 갈 곳 없고 혼란 커졌다” 지적
학교 측 “대체 공간 준비하고 기숙사비 환불 정책도 마련” 진화 나서
전남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중국에 방문했던 유학생들을 특정 기숙사 건물에 격리하기로 결정한 이후 일부 학생들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와 학생 사이의 갈등은 전남대가 3일 생활관(기숙사) 9C동 건물 1~5층에 방학 동안 중국을 다녀 온 유학생들을 격리하겠다고 공지한 데서 비롯했다. 기숙사 측은 당시 해당 층에 머물던 학생들에게 방을 옮겨야 한다는 내용의 공지 문자를 보냈다. 문자 메시지에는 “입주생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자 입주생 중 중국을 방문하고 들어온 학생을 격리 공간으로 이동조치 하고자 한다”며 “1~5층 거주 입주생은 정해진 기간 내에 변경된 방으로 모두 이동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기숙사 홈페이지에 안내 사항이 적혀 있을 뿐 정작 같은 건물에서 생활해야 하는 6~11층 거주 입주생들은 제 때 공지 사항을 전달 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전남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1~5층을 격리 공간으로 사용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6~11층 이상 입주생들 때문에 기숙사 행정실에 문의 전화가 쇄도했고, 기숙사 건물엔 학교가 꼼꼼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대자보까지 붙었다.
대자보에는 “저희 동 1~5층까지를 방학 동안 중국을 방문하고 들어온 학생들 격리 공간으로 이동조치 한다고 합니다. 알고 계신가요? 당연히 모르죠. 저희 6~11층 학생들은 연락을 받지 못했으니까요”라고 적혀있다. 또 “지금 살고 있는 6~11층 학생들은 어디에 있으란 소리인가요. 같은 건물에서 계속 마주쳐야 하는데 솔직히 걱정입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불만이 제기되자 기숙사 측은 4일 입주생들에게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자가 격리 공간 선정을 긴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결정된 사항을 6층 이상 입주생에게 미리 안내해 주지 못해 혼란과 불편을 드린 점 죄송하다. 6층 이상 입주생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 하고자 한다”는 내용이었다.
갈등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기숙사 측이 11일 홈페이지와 안내문에서 격리 공간 부족사태에 대비해 9C동 건물 전체를 격리 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금 갈등이 불거졌다. 6~11층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9D동으로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입주생 개개인에게 안내가 안 돼 또 다시 일부 입주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전남대 익명 커뮤니티에는 기숙사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글부터 격리 조치에 대한 내용 등 이번 갈등을 둘러싼 글이 인기 게시물에 올라있을 정도다.
일부는 “1~5층 학생들에겐 이사할 방을 보장해줬지만 6~11층 학생들에겐 아무런 대처를 해주지 않고 있다. 학생들이 이미 지불한 기숙사비는 돌려주는 게 맞지 않냐”고 주장했고, “격리 전에 문의할 때는 관리인이나 감시하는 사람을 둔다고 했는데, 실행되고 있지 않다”, “현재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보고 등이 전혀 없다” 등의 의문도 제기됐다.
기숙사 측은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놨다는 입장이다. 또 이날 홈페이지에 세부내용을 공지했다. 전남대 기숙사 측 관계자는 12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6~11층 입주생 전원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이미 확보돼 있어 외부로 이주할 염려는 없고, 환불정책 등 대책도 다 마련했다”며 “격리 학생들의 외부 출입을 금지하고 있지만, 대학 본부와 협의해 내부 관리 인력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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