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전용 화장실’ 한국어로만 적혀 있어
네덜란드 KLM 항공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한 여성 주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확산됐다.
11일 여성 A씨는 인스타그램으로 지난 1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발 인천행 비행기에서 겪었던 불쾌한 일을 전했다. 기내에서 본인을 포함한 한국인 승객들이 잠재적 코로나19 보균자로 취급 당했다는 주장이다.
A씨는 “비행기 뒤편 한 화장실에 한글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며 “만석에 가까운 비행기에서 본래 고객이 사용하던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변경한 이유가 무엇이며, 왜 영어는 없이 한국말로만 문구가 적혀있었을까”라고 전했다. A씨는 해당 문구를 발견한 뒤 함께 비행기에 타고 있던 직장 동료에게 이 상황을 공유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A씨는 “이때 부사무장이 다가와 네덜란드 규제에 따라 비행기 내 사진 찍는 행위를 불허하고 있다며 당장 사진을 지우라고 다그쳤다”고 전했다.
A씨는 “사무장이 저에게 보여준 법률에는 ‘허락 없이 타인의 사진을 찍는다면 불법행위’라고 명시돼 있었다”며 “그러나 저는 사람이 아닌 사물(화장실 문)을 찍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KLM은 있지도 않은 규제로 제 사진을 지우려 했으며, 논란이 될 수 있는 상황을 막고자 했다고 밖에 판단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사항을 한글로만 적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그게 기분이 나빠? 그럼 내가 영어로도 써줄게! 됐지?’라며 그제서야 영어 문구도 함께 적어줬다”며 “한국 사람만 보균 가능성을 갖고 있나. 이건 명백한 인종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A씨는 당시 기내에는 한국인 승객이 50% 이상이었다고 덧붙였다.
KLM 측은 11일 공식 SNS 계정으로 A씨에게 “가끔 만석이 아닌 경우 승무원 화장실을 마련하곤 한다”며 “문구가 왜 한국어로만 쓰여있었는지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코로나19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점을 두고 유럽 등 해외에서는 ‘동양인 혐오’가 고개를 드는 상황이다. 이에 해외에 거주 중인 아시아계 주민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차별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고 적힌 팻말을 SNS에 올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