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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엄마에게 편지 쓰고 싶었어요” 춘천 문해교실 만학도 14명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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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 엄마에게 편지 쓰고 싶었어요” 춘천 문해교실 만학도 14명 졸업

입력
2020.02.12 17:51
수정
2020.02.12 18:58
26면
0 0

“한국전쟁 때문에… 이제 성경책 읽을 수 있다”

12일 강원 춘천시 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제1회 초등학력인정 성인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동기생의 학사모를 고쳐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강원 춘천시 교육문화관에서 열린 제1회 초등학력인정 성인 문해교육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동기생의 학사모를 고쳐 씌워주고 있다. 연합뉴스

“한글을 배우니 엄마에게 제일 먼저 사랑의 편지를 쓰고 싶었어요. 사랑하는 엄마….”

초등학력 인정 성인 문해교실 졸업식이 열린 강원 춘천교육문화회관 강당. 김모(67) 할머니가 하늘나라의 어머니께 쓴 편지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한글을 배우면 가장 먼저 엄마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다짐했다”는 김 할머니는 어릴 적 예쁜 이불을 덮어주시던 어머니를 떠올리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이날 김 할머니를 포함해 어르신 14명이 난생 처음 학사모를 썼다. 늦은 나이에 배움의 길에 들어섰지만 누구 못지 않게 의욕을 보인 어르신들이 지난 2년간 한글 등을 배워 초등학교 졸업을 인정 받은 것이다. “얼굴에 주름 가득한 동기들이 모여 누구보다 ‘배움의 한을 풀겠다’는 강한 열정을 보였고, 자신과의 약속을 모두 지켰다”는 게 문해교실 관계자의 얘기다.

이들은 억척스럽게 운명을 헤쳐 나가야 했기에 배우지 못했던 아픔, 가정형편 탓에 꽃다운 나이에 허드렛일을 해야 했던 갖가지 사연들을 떠올리며 눈시울 붉혔다.

팔순이 넘은 만학도인 이영애(81) 할머니는 “한국전쟁이 일어나 피난길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동생 셋을 돌보느라 배우지 못했다”며 “이제라도 간판을 읽고, 성경책도 볼 수 있게 됐다”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몇몇 졸업생은 내친김에 중학교 과정까지 밟기로 하는 등 배움에 대한 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박봉훈 춘천교육문화관장은 “오늘의 결실이 또 다른 시작이 돼 배움의 열정에 불을 지피길 기대한다”며 어르신들을 응원했다.

춘천=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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