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잇달아 세계 최대 이동통신기술 전시회 ‘MWC2020’에 불참을 통보하면서 전시회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맞았다. MWC를 운영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는 결국 행사 개최 여부를 놓고 재검토에 들어갔다.
12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GSMA는 오는 14일까지 MWC2020 개최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 “MWC는 신종 코로나와 큰 연관이 없다”며 행사 강행 의지를 내비친 이후 이틀 전까지만 해도 계획대로 전시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이어지는 기업들의 ‘탈출 러시’를 더 이상 견디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날 MWC 불참 의사를 밝힌 기업만 해도 페이스북과 인텔, 시스코, AT&T, 스프린트 등 여럿이다. 심지어 중국 기업 중에서도 ZTE에 이어 비보까지 참가 신청을 철회했다. 이달 5일 LG전자가 처음으로 결단을 내린 후 벌써 10군데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MWC 보이콧’을 선언한 셈이다. 특히 평소 MWC의 메인 전시장에서 큰 규모의 부스를 열던 LG전자와 소니, 에릭슨 등의 불참이 GSMA 측으로서는 뼈아픈 부분이다. 전시회에 예정대로 참가하는 기업들마저 전시 규모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강행되더라도 예전과 비교해 ‘초라한’ 행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GSMA 입장에서도 MWC 취소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해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하는 MWC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10만명 이상의 관람객과 2,800곳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는 대규모 전시회로, 스페인 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행사 주요 스폰서가 중국 기업 화웨이라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화웨이는 본사 파견 인원을 최소화하고 유럽 직원들을 중심으로 부스를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중국인 참관객’들에 대한 기업들의 불안감을 근본적으로 해소해주지는 못하고 있다.
기업들은 내심 GSMA가 전격 취소 결정을 내려주길 기다리고 있다. 주최측에서 행사를 연기하거나 취소한다면 수십억원대로 예상되는 위약금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는 데다,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대규모 출장단을 꾸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기업들이 줄줄이 취소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는 GSMA도 행사를 강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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