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영화 ‘버닝’ 북미 진출 당시
이창동 감독 방대한 발언 시적 비유까지 놓치지 않고 통역
봉준호 감독의 통역사 최성재(샤론 최)씨가 이목을 끌면서 과거 통역도 재평가되고 있다.
최씨는 2018년 10월 영화 ‘버닝’의 북미 진출 당시 관련 행사에서 이 감독의 통역을 맡았다. 이날 통역이 익숙지 않았던 이 감독이 긴 호흡으로 말했으나, 최씨는 그의 발언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통역해냈다. 특히 최씨는 이 감독 특유의 시적 비유까지 매끄럽게 통역해 호평 받았다.
당시 최씨가 통역했던 장면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이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온라인에는 “한국말로 기억하기도 벅차 보이는 분량을 한번에 정리해서 통역했다” “언어 이해력, 구사력과 단기 기억력까지 뛰어난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기생충’ 홍보를 위해 출연한 NBC 토크쇼 ‘투나잇쇼’에서도 눈에 띄는 순발력과 어휘력을 발휘했다. 봉 감독이 “스토리를 모르고 봐야 재미있다”고 하자 그는 이를 “the film is the best when you go into it cold”라고 구어체로 전했다. ‘콜드’(cold)는 사전 준비 없는 상태를 뜻한다.
지난달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직후 봉 감독이 “자막, 그 1인치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즐길 수 있다”고 한 소감도 의도를 정확히 살려 번역했다는 평이다.
한편 최씨가 ‘기생충’ 인기의 숨겨진 조력자로 떠오르면서 봉 감독도 그에게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LA타임스와 NBC 등에 따르면 그는 11일 LA 한인타운의 작은 한식당에서 뒤풀이를 가지던 중 최씨가 통역을 위해 앞으로 나오자 “오늘 밤은 일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마시자”고 외쳤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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