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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법원도 우유부단… 월성 원전 잡음만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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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법원도 우유부단… 월성 원전 잡음만 키운다

입력
2020.02.13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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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에 있는 사용후핵연료 건식저장시설 '맥스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2021년 11월로 예상됐던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발전 후 남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포화 시점이 돌연 2022년 2월로 늦춰졌다. 또 과거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한 행정 절차의 위법성을 따지는 법원의 결정도 미뤄졌다.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증설하고, 1호기는 영구정지하기로 결정됐지만 월성 원전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한 모양새다. 찬반 양측 사이에서 중심을 잡아야 할 정부와 법원에 대한 책임론도 불거지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는 12일 월성 원전 건식저장시설(맥스터, 캐니스터)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이 당초 점쳐졌던 시점보다 약 4개월 뒤로 조정됐다고 밝혔다. 건식저장시설은 수조(습식저장시설)에서 식힌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보관해 둔 콘크리트 건물이다. 지난해 9월 말 월성 건식저장시설이 96.5%까지 사용된 가운데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에선 포화 시점을 2021년 11월로 예상했다.

하지만 재검토위는 이 전망을 깨고 4개월의 ‘여유’가 생겼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앞으로의 원전 정비 계획과 지난해 전기 생산량 감소 등의 변수를 추정모델에 반영해 계산했더니 사용후핵연료 발생량이 4개월 치 덜 나왔다”고 설명했다. 재검토위는 박근혜 정부가 세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해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만든 조직이다.

이로써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은 지난 7년간 5번째 조정됐다. 2013년 국회입법조사처가 2018년으로 예상한 포화 연도가 4년이나 늦춰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사용후핵연료를 관리할 큰 틀의 국가 정책 수립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포화 시점이 가까울수록 정책 수립의 시급성이 커지는 만큼 정부로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에서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달 월성 부지 내 맥스터 증설을 약 4년만에 허가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에선 이와는 별개로 재검토위가 지역주민 의견 수렴을 거친 다음 증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기초자치단체 주민들 의견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25만명 경주시민의 의견을 어떻게 모을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원안위가 결정하면 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하고 건설에 들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월성 맥스터 증설 여부의 경우엔 사실상 주민들에게 공이 넘어간 셈이다.

산업부와 재검토위의 이런 행보에 원자력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법적으로 꼭 필요한 절차가 아닌데도 한시가 급한 맥스터 건설을 정부가 계속해서 미루고 있다는 비판에서다. 재검토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 시점 ‘4개월 여유’ 발표는 이런 갈등을 더욱 격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왼쪽부터 1~4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경북 경주시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 왼쪽부터 1~4호기.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월성 원전을 둘러싼 혼란에 동참한 건 법원도 마찬가지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달 14일로 예정됐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의 항소심 선고를 연기하고 내달 27일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다. 당초 고법은 지난 12월 20일이었던 선고 기일을 이달로 미룬 바 있다.

이 소송은 2015년 원안위에서 월성 1호기를 10년 더 운전하라고 허가한 과정이 위법하다며 환경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제기한 사안인데, 2년 뒤 수명연장을 취소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왔다. 이에 대한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상황에서 지난해 12월 원안위는 ‘월성 1호기 영구정지’란 정반대 결정을 내렸다. 원안위로선 이미 영구정지가 결정됐으니 소송이 각하되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환경단체 측은 과거 행정 절차의 위법성이 최종 판결로 확정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작권 한국일보]월성 원전 혼란 일지. 강준구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월성 원전 혼란 일지. 강준구 기자

법조계와 원자력계 한편에선 법원이 “정부의 영구정지 결정을 기다렸다가 결국 소송을 각하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사회적 논란이 큰 사안에 대해 한번 연기한 선고를 뚜렷한 이유 없이 재차 미루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키운다는 지적이다. 변론 재개 사유에 대해 고법은 “변론기일 전 공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해 왔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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