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밸런타인데이에는 독주가 든 ‘어른의 초콜릿’이 인기를 끌고 있다. 다양한 술과 초콜릿의 환상적인 조화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다. 카카오빈 제공

한 입 깨물면 톡 쏘는 독주(毒酒)의 향 뒤로 달콤함이 밀려든다. 어린이를 위한 단맛 강한 초콜릿과는 결이 다르다. 14일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위스키, 테킬라, 코냑 등 독한 술이 들어간 ‘어른의 초콜릿’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유명 수제 초콜릿 전문점들이 어른을 위해 준비한 밸런타인데이 한정판들은 이미 일찌감치 예약판매가 끝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용재 음식평론가는 “초콜릿과 술은 서로의 맛을 보완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어 궁합이 좋다”라며 “액체의 술이 단단한 초콜릿 껍데기를 깨면서 나오는 극적인 효과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라온디가 올해 벨런타인데이에 선보인 ‘키르슈 모렐로 체리’는 초콜릿을 통째로 입에 넣고 깨물면 체리로 담근 키르슈가 주르륵 흘러 나온다. 라온디 제공

서울 연남동의 수제 초콜릿 전문점 ‘라온디’는 올해 ‘브랜디와 초콜릿’을 주제로 한 밸런타인데이 한정판(20구ㆍ5만5,000원)을 내놨다. 위스키, 테킬라, 키르슈, 아마레토가 들어간 4종류의 브랜디 초콜릿이 포함됐다.

노란빛이 감도는 반구 모양의 화이트초콜릿 안에 스카치 위스키가 있는 ‘스카치 블랑’은 마치 부드러운 치즈를 녹여 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톡 쏘듯 알싸한 위스키 향의 여운도 입안에 오래 맴돈다. ‘키르슈모렐로체리’는 입에 넣고 톡 깨물면 체리로 담근 술인 키르슈가 주르륵 흘러 나오는 가운데 절인 체리가 들어 있다. 박준영 ‘라온디’ 쇼콜라티에는 “과일과 곡류를 증류한 독한 술을 초콜릿에 넣어 향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라며 “새롭고 특별한 맛을 찾는 2,30대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서울 신사동의 수제 초콜릿 전문점인 ‘카카오빈’은 밸런타인데이 한정판으로 ‘위스키 봉봉(10구ㆍ3만5,000원)’과 ‘위스키생초콜릿(파베)’을 선보인다. 위스키 봉봉은 초콜릿 껍데기 안에 위스키를 액체 그대로 넣어 만든다. 파베는 초콜릿 제조 과정에서 술을 넣어 굳힌다. 김보완 ‘카카오빈’ 쇼콜라티에는 “술과 초콜릿은 어떤 원료를 쓰느냐에 따라, 어떻게 비율을 맞추느냐에 따라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라며 “특히 향과 풍미가 강렬해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샴페인과 코냑이 들어간 초콜릿을 포함해 16개의 초콜릿이 든 한정판(6만원)을 선보인 수제 초콜릿 전문점 ‘삐아프’는 지난 6일 하루만에 준비했던 1,700세트가 모두 예약 판매됐다. 마다가스카르와 타히티에서 공수해온 바닐라 빈, 프랑스산 천일염, 유자, 산딸기, 블루치즈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16가지의 특별한 맛을 선사한다.

서울 신사동의 ‘삐아프’에서 내놓은 밸런타인데이 한정판 초콜릿은 러브레터를 연상시키는 붉은 상자 안에 초콜릿이 보석처럼 담겨 있다.

쓴 술과 단 초콜릿의 맛의 조화는 개당 3,000원이 훌쩍 넘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어른의 초콜릿’을 맛보는 이유다. 이용재 평론가는 “쓴 맛과 단 맛의 조화뿐 아니라 초콜릿의 코코아버터가 술의 향을 증폭시키고, 독주가 초콜릿의 느끼함을 잡는다”라며 “술을 넣은 초콜릿은 순간적으로 기분을 환기하면서 강한 기억을 남기기 때문에 매혹적이다”고 평가한다.

서울 연남동의 ‘라온디’는 올해 ‘브랜드와 초콜릿’을 주제로 브랜디가 들어간 초콜릿 등이 포함된 한정판을 선보였다. 라온디 제공

알코올도수가 40%에 육박하는 독주지만 초콜릿에 들어가면 휘발되어 사실상 향만 남기 때문에 술에 약한 이들이 먹기에도 부담이 없다. 다만 최대 10일 이내에 먹는 게 좋고, 서늘한 곳(15~18도)에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는 냄새가 배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 한 입에 깨물어 먹는 것도 좋지만 혀 위에서 천천히 녹이면서 초콜릿의 부드러움과 그 위로 퍼져 나오는 진한 향을 느끼면서 먹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음료를 곁들인다면 쌉싸래한 커피나 녹차가 제격이다.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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