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작업을 진행 중인 안철수 국민당(가칭) 창당준비위원장을 두고 국회에서 때아닌 ‘색깔논쟁’이 벌어졌다. 주황색을 당색으로 사용해온 민중당이 9일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당색을 ‘선명한 오렌지색’으로 발표한 국민당 창준위에 “주황색을 가로챘다”며 문제를 제기해온 것이다. 안철수 국민당 창당준비위원장 측은 “민중당은 주황색이지만 우리는 오렌지색”이라며 민중당의 대표 간 회동 제의를 거절했다.
원내 1석을 가진 진보 정당으로, 3년간 주황색을 당색으로 써온 민중당은 국민당 창준위가 오렌지색을 당색으로 정한 것은 ‘대기업의 골목 상권 침해’라는 입장이다. 이은혜 민중당 대변인은 12일 “소수정당이 가꿔온 이미지를 ‘안철수’라는 유명세를 이용해 앗아가 버리다니, 대기업 갑질과 다를 게 무엇인가”라고 했다. 유권자의 혼란을 줄이는 차원에서 이미 사용되는 색을 피하던 관례를 따르라는 주장이다. 정당법은 이미 등록된 정당과 유사한 정당 명칭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당색에 관한 규정은 없다.
민중당은 국민당 창준위가 당색 문제에 대한 대표 간 대화 제의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안 대표 측이 “민중당은 주황색이지만 우리는 오렌지색이다. 그런 일로 대표 간 면담은 불필요하다”며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당 시절에는 녹색당의 초록을, 이번에는 민중당의 주황을 가져가는 안 대표를 보면 ‘진보’ 코스프레용 결정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안 위원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당 창준위는 당색이 민중당이 사용해온 주황색과 달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도식 창당준비위원장 비서실장은 “(색의) 명칭 자체도 다홍색이든 붉은 오렌지든 별개의 색으로 나와있다”며 “주황계통의 색 (전부에)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 이미 우리도 (당색을) 발표할 때도 오렌지색이라고 발표했다”고 했다.
국민당 창준위는 당색 변경 없이 창당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창준위는 당초 내달 1일로 예정했던 중앙당 창당대회를 1주일 앞당긴 23일 열기로 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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