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중ㆍ동구지부
대구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는 대구지역 발달장애인들의 권익을 옹호하고 복지증진을 위해 세워진 단체다. 발달장애인들의 재활교육을 담당하고 이들의 사회활동을 돕는 활동에 주력하며 현재 중ㆍ동구, 북구, 남구, 수성구, 달서구, 달성군 등 7개의 지역별 지구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중·동구지부는 2006년에 설립 인가를 받았다. 2014년부터 김영효(3대, 4대, 5대)지부장이 맡으면서 다른 지부와는 차별화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중·동구지부는 발달장애를 가진 젊은이들의 자기결정과 권리향상 능력을 배양해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 여가문화활동인 ‘모꼬지’와 ‘외롭지 않은 My Story’를 들 수 있다.
‘모꼬지’는 놀이나 잔치 등의 일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을 뜻하는 고유어다. 2015년 3월부터 ‘발달장애를 가진 성인들의 외롭지 않은 미래를 위해’ 친구를 만들 기회와 공간을 제공하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주말을 이용해 영화보기, 쇼핑하기, 카페투어, 멍 때리기, 여행 떠나기 등 평일에 하기 힘들었던 일을 주로 한다. 프로그램은 참여자들이 회의와 토론을 통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감까지 부여한다. 자신의 권익옹호와 자기주장 및 결정능력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모꼬지 활동은 친구와 함께 웃고 즐기며 표현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모임이다.
‘외롭지 않은 MY STORY’는 2017년 3월부터 회원을 모집·운영했다. 모임은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이뤄진다. 성인지적발달장애인과 재능봉사자가 함께 활동한다. 미래에 외롭지 않도록 친구를 만들고 함께 일상을 즐기는 것이 주목적이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자신을 표현하고 친구들과 공유하며 소통하는 사진반 동아리, 다양한 미술작품으로 내재된 감정과 생각을 이야기하고 정신 건강의 회복을 돕는 미술심리치료 상담동아리, 하모니카를 통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며 삶의 향기를 깊게 하는 음악동아리 등이 있다.
그 중 가장 인기 있는 모임은 ‘와지직’이다. ‘와인으로 시작한 직장인 모임’이라는 뜻으로 이름도 회원들이 직접 지었다. 첫 활동으로 와인 안주를 만들고 와인을 곁들였다. 카페투어, 음식 만들기, 파티, 사진찍기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기는 모임이다.
또한 지부는 발달장애인의 권익옹호를 위해 장애인권 교육, 성교육, 학교(성)폭력예방교육 사업 및 ‘장애인 진로지원 교사 연구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김 지부장은 “특수교사 시절에 우연한 기회에 학교의 손이 미치지 않는 사각지대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지금의 활동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가르쳤던 학생들의 부모님을 만났는데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 현장에 적응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심한 경우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성인발달장애인들에게 여가를 보내고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주말에 뭐하고 보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TV 보는 것’ 말고는 하는 일이 없더군요. 그들도 일상을 즐기고 외롭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이 할 수 없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해 본 적이 없어서 혹은 누군가가 대신 해줬기에 하지 못한다는 생각과 함께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그들에게도 활동할 기회를 주고,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여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면 나중에는 혼자서도 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이 자조모임의 출발점이었죠.”
회원은 성인발달장애인(20~39세) 65명과 봉사자 1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정기 봉사자도 다수다. 지금까지 자조모임에 참여한 인원은 회원 200여 명과 특수학교 교사 및 미술치료대학원생이 120여 명, 봉사단 및 대학생 봉사자가 연 1,000명이 넘는다. 특히 재능봉사자들은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이다.
지부의 또 다른 주요 활동 내역은 매년 10월에 ‘감사와 후원의 밤’ 및 ‘전시회’ 행사다. 1년간의 자조모임 활동을 기록·전시·공유함으로써 회원들의 자긍심을 높인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소통할 수 있는 장을 통해 장애인들의 공동체 의식 및 인권 향상, 비장애인들의 인식개선 등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와 삶을 배우게 한다.
지부 활동 중 가슴 벅찬 사연도 소개했다. 지부의 자조모임 회원 한 명이 갑작스레 모친상을 당했다. 그는 20살, 아직 어린 나이였기에 많이 혼란스럽고 힘들어했다. 형편이 어려워 빈소를 차리지 못하자 모임의 친구들이 온라인으로 조문하고 위로를 했다. 친구들은 직장에 휴가를 내고 참석해 운구를 도와주고 화장터까지 따라가 장례절차를 도왔다. 발달장애인들에게서 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들이 스스로 삶을 깨우쳐 가는 한 과정이었다.
“해마다 많은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학교의 보호와 법적 지원을 떠나 사회에 나갑니다. 대부분의 장애관련 시설들은 그들의 수용과 취업 등에만 관심이 있을 뿐 그들의 인간다운 삶, 삶의 질에 대해서는 도움이 제한적입니다. 사회의 어느 곳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어려움에 봉착한 성인발달장애인들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좌절하게 됩니다. 현대인들은 삶의 질에 많은 관심을 갖는데, 지적발달장애인도 그 욕구는 동일합니다. 그들도 일상을 통해 삶의 기쁨과 행복을 누리고 삶의 질을 향상할 권리가 있습니다. 우리 지부는 다양한 연령대의 재능활동가와 봉사자들과의 관계 형성을 통해 지적발달장애인의 사회성 및 대인관계능력향상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올해 신입생을 모집하면 지부는 공간적으로 한계상황입니다. 공간확보 지원이 절실합니다.”
김 지부장은 검도선수출신으로 30년간 체육교사로 근무했다. 장애인 체육 초기지도자로서 큰 역할을 했다. 대구남양학교 근무시 88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3명이 금메달 6개, 은메달 1개를 획득하는 성적을 거뒀다. 그는 2014년 대구고등 교사(특수학급)때부터 대구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 중·동구지부를 맡아 운영했다. 제자들의 취업 후 사회생활에 문제가 많음을 인지하고 2015년 3월부터 주말마다 '모꼬지'활동을 시작했다. 2017년 학교 퇴직 후 본격적인 지부 활동을 시작하면서 ‘외롭지 않은 My Story’도 운영했다. 그는 주 6일을 재능봉사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강은주 기자 tracy11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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