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TK 예비후보들 잇따라 ‘봉준호 공약’
진중권 “블랙리스트 올리더니 얼굴도 두터워”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휩쓸면서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도 관련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고향인 대구ㆍ경북(TK)에 나선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들 사이에서 생가 터 복원, 공원 및 동상 건립 등의 공약이 적극적으로 쏟아지는 모양새다.
봉 감독은 대구 남구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서울로 이사했다. 대구 달서병이 지역구인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11일 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구 신청사 옆 두류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하겠다”며 “대구가 봉 감독의 고향인 만큼 영화를 대구의 아이콘으로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중ㆍ남의 장원용 예비후보는 봉준호 기념관과 공원을 조성을, 배영식 예비후보는 봉준호 영화의 거리를 시작으로 카페 거리, 생가터 복원, 동상 건립, 기생충 조형물 설치 등 ‘종합선물세트’를 약속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 예비후보들은 기생충의 수상은 한 목소리로 축하하면서도 관련 공약을 내놓지는 않았다. 대신 영화가 다룬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다짐했다. 때문에 유독 한국당이 영화의 성과를 총선에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봉 감독의 경우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일명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인물인 만큼 한국당의 갑작스런 돌변(突變)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 같은 한국당의 봉준호 마케팅을 두고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다.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미경 CJ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랬던 분들이 이제와서 봉 감독의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한다니 얼굴도 참 두터우시다”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이어 “그 방식이 생가 복원. 정확히 박정희 우상화 방식”이라며 “행여 이 소식이 외신으로 나가면 문화강국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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