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 아파트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와 10층이나 떨어진 곳에서 또다른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주민 10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아파트 파이프라인을 타고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나온 조치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1일 홍콩 보건당국과 경찰이 이날 새벽 홍콩 칭이 지역 홍메이 아파트에서 주민 110명을 긴급 대피시켰다고 보도했다. 이 아파트에는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홍콩 42번째 신종 코로나 환자가 살고 있으며, 그는 같은 아파트 이웃인 12번째 환자(지난달 30일 확진)로부터 전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상태다. 42번째 환자는 아파트 307호에, 12번째 환자는 1307호에 살고 있다. 42번째 환자와 같이 사는 아들과 며느리도 관련 증상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같은 아파트 주민 3명도 증상이 있어 이송됐다고 외신은 전했다.
10층이나 떨어진 주민 간 감염이 일어난 것은 아파트 파이프라인을 통한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염병 권위자인 위안궈융(袁國勇) 홍콩대 교수는 현장 답사를 마친 후 “배설물을 옮기는 파이프라인이 공기 파이프와 이어져 있어 배설물에 있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환풍기를 통해 아래층 화장실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307호 화장실의 배설물 파이프라인이 완전히 밀봉되지 않은 탓에 환풍기를 켰을 때 변기에 남아 있던 바이러스를 품은 공기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307호 화장실로 이동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예방 차원에서 아파트 소개 조처를 하고 비상 점검을 한 것이라고 위안 교수는 설명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42번째 환자의 욕실 파이프가 누수된 것으로 조사돼 보건당국이 주민들을 대피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위안 교수는 “아직 정확한 전염 경로를 알 수 없으며, 공기를 통한 전파 가능성도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결국 병원균이 공기 중 고체 입자 또는 액체 방울로 감염되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지금까지 신종코로나는 환자가 기침하거나 말할 때 나오는 비말과 닿거나, 환자가 내쉰 기체를 가까이서 흡입할 때, 또는 비말이 물건 표면에 내려앉은 뒤 이를 접촉할 때 감염된다는 것이 정설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비말 감염이 아닌 대변-구강 경로 또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도 제시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외신은 덧붙였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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