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 가 보니
상세한 설명 듣고는 “다 뻥이야~” 장난전화는 ‘골치’
“아랫집에 중국인이 사는데, 얼마 전에 입국했어요. 집에 갓 백일 된 아이가 있는데 너무 불안해요. 자가격리 중이라던데, 그래도 (감염될까 봐) 문고리도 휴지로 잡아요.”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전문 콜센터(1339) 박혜미 센터장이 얼마 전 직접 상담한 사례다. 박 센터장은 “현재로선 문고리 등 물건이나 물체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사례가 없다고 안심시켰다”며 “현재 막연한 불안을 호소하는 상담 사례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감염병과 관련한 대국민 상담을 맡고 있는 질병관리본부 1339 콜센터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바쁜 곳이 됐다. 11일 찾은 1339 콜센터는 밀려드는 문의 전화로 모든 상담원이 전화기에 매달려 있었다. 1339 콜센터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과 공중보건에 대한 대국민 소통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2016년 설치됐다. 평상시 하루 평균 300~500통 걸려오던 전화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1만5,000통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 환자 발생 이후 백화점 식당 학교 직장 등 곳곳이 휴업에 들어가면서 강제로 쉰 것과 대조적으로 일이 끊임 없이 몰려오는 곳이다.
이날 만난 상담원들은 수화기 너머로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를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센터장은 “중국인이 옆을 지나가기만 해도 불안해서 전화를 해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절기상 일반 감기가 유행하는 시기이다 보니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있기만 해도 ‘신종 코로나가 의심된다’는 문의가 폭주한다. 강장훈 1339 콜센터 과장은 “이럴 경우 중국 방문이나 중국인 접촉 이력이 없는지 탐색 질문을 하고, 없으면 일반 병원에서 진료를 보라고 안내하고 있다”며 “불안을 해소할 답을 듣고 싶어 전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신종 코로나에 대한 국민적 불안이 경계를 넘어서 공포 수준이라고 경고한다. 지난 10일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 인근의 학교와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면서 “오히려 공포와 낙인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설 이후 지금까지 상주 인원 19명이 전부였던 1339 콜센터는 설 연휴가 끝난 지난달 28일, 불안을 호소하는 전화가 폭주하면서 처리율이 8.9%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이후 188명까지 인력을 대폭 늘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 기관 콜센터까지 동원해 10일 기준 95.9%까지 처리율을 끌어올렸다고 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꺼리게 되면서 단체 활동에 대한 문의도 단골 질문이다. 상담원들은 ‘뮤지컬 예약해놨는데 보러 가야 돼요 말아야 돼요?’ ‘여행가도 될까요?’라는 질문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상담원들이 최종 결정까지 해줄 수 없는 법. 이런 질문에는 목적지의 신종 코로나 발생 현황과 추후 입국 시 조치 사항을 안내하거나 감염병 예방 수칙 등 정보를 전달하는 선에서 상담을 마무리한다고 했다.
격무에 시달리고 있지만 1339의 최대 골칫거리는 따로 있다. 다름아닌 장난 전화다. 강 과장은 “심야 시간에는 술 취한 사람들의 전화가 많아 힘이 빠진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박 센터장은 “실컷 상담 다 했더니 끝에 ‘다 뻥인데’라고 한다든가, 전화 연결이 되자 ‘어, 진짜 되네’라고 끊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럴 경우 정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놓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