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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ㆍ러가 핵 증강" 군비경쟁 불 붙인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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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ㆍ러가 핵 증강" 군비경쟁 불 붙인 트럼프

입력
2020.02.11 22: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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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로스앤젤레스급 오클라호마시티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인 로스앤젤레스급 오클라호마시티함.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 행정부 기조를 뒤엎고 다시 핵전력 강화에 나섰다. 핵무기를 미 군사전략의 중심으로 돌려놓음으로써 러시아ㆍ중국과의 패권 다툼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냉전 이후 주춤했던 글로벌 군비경쟁을 재점화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간) 배포한 2021 회계연도 예산안에서 국방부에 7,054억달러(약 837조원)를 배정했다. 이 중 핵전력 현대화를 위해 전 회계연도 대비 18% 늘어난 289억달러를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컬럼비아급 탄도미사일 발사 잠수함 44억달러 △핵 지휘통제 시스템 개선 42억달러 △차세대 장거리 폭격기 B-21 도입 28억달러 △지상배치 전략억제전력(GBSD) 증강 15억달러 등을 각각 지출할 계획이다. 전부 핵전력 강화와 관련된 최첨단 무기들이다.

에너지부 산하 국가핵안보국(NNSA)에 198억달러가 배정된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NNSA 예산은 핵탄두 수명 연장, 신형 잠수함 발사 핵탄두(W93) 개발 등에 쓰일 예정이라, 핵무기 프로그램에만 총 460억달러(약 54조4,200억원)를 투입한 셈이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예산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완전히 달라진 국정 기조를 시사한다”면서 “미국이 세계 최고 핵강대국 지위를 유지하는 데서 나아가 전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대통령 개인의 신념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강대국들이 맺은 ‘핵통제 신사협정’을 차근차근 깨뜨리며 전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정 반대의 행보를 보여왔다. 미국은 2017년 러시아의 순항미사일 실전 배치를 문제 삼아 지난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전격 탈퇴했다. 2010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의 핵 의존을 줄이고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겠다”며 러시아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도 사라질 위기다. 만료가 일년도 채 남지 않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협정 연장에 소극적 태도로 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에 화살을 돌렸다. 두 나라가 계속 핵무장을 강화하는 탓에 군비증대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항변이다. 그는 전날 주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ㆍ러시아는 핵무기에 수십억달러를 쓰는 미친 짓을 그만두려고 우리와 협상한다”면서 “하지만 합의에 이를 때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가장 강력한 핵전력을 구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일반 미사일보다 7배 빠른 미사일이 있다”고도 했다. 러시아에 비슷한 미사일이 있어 미국도 필요하고, 또 미래 전장에 대비하기 위해선 핵무기 외에 극초음속 무기 개발 등에도 속력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국방부 예산안에 사상 최대인 1,066억달러의 연구개발(R&D)비를 책정한 것도 첨단 무기 구비를 향한 트럼프의 의지를 반영한다.

물론 절차와 시간, 돈 모두 트럼프 편이 아니어서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야당인 민주당의 반대에 예산안이 의회를 통과하기 어려울뿐더러, 설령 추진되더라도 핵전력 현대화에는 오랜 세월이 걸린다고 NYT는 지적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각각 30년, 1조2,000억달러로 추산했다. 킹스턴 라이프 미 군축협회(ACA)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핵무기 지출 계획은 불필요하고 지속 가능하지도 않다”며 “도리어 핵운반 시스템 규모 등을 현재보다 줄이는 방안이 강한 핵 억지력을 유지하면서 현대화 작업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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