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전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앞에서 주민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는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공무원 교육시설에 우한 교민을 격리수용하기로 했다. 진천=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문제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갈등요인으로 등장했다. 이른바 ‘감염병 난민’문제를 해결할 역량을 갖췄는지 우리 사회를 엄중한 시험대로 올려놓은 것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에 체류하던 교민들이 정부 전세기를 타고 1~3차에 걸쳐 귀국했지만 주민들의 냉대와 반대로 가슴이 멍들고 찢겨졌다. 임시격리시설로 지정된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 경기 이천에 나뉘어 수용됐거나 수용예정인 이들에게 따뜻해야 할 고국은 창살없는 감옥으로 느껴졌을 법하다.

이들을 불청객으로 만든 건 전적으로 정부 탓이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천안의 우정공무원교육원과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을 임시수용시설로 발표할 계획을 잡았다가 언론보도가 나오고 천안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진천·아산으로 바꾸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귀국 교민 수가 늘어나 장소를 재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거론된 천안은 배제됐다.

“3명의 국회의원이 모두 여당인 천안이 특혜를 받았다”는 등 갖가지 소문이 떠돌만하다. 결과만 보면 천안을 봐준 게 사실이 됐으니 주민 감정을 제대로 상하게 한 셈이다. 이 경우 최소한 ‘천안+다른 한 곳’이 지정됐다면 사태는 달라졌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이 머리채를 잡히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날계란을 맞은 일도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 옆 지역이 떼쓴다고 갑자기 우리 동네가 감염병 격리장소가 됐다면 누가 가만있겠는가. ‘엉터리 행정’이 원인이 돼 님비현상으로 몰린 주민들이 마침내 “교민 환영” 플래카드를 내걸자 미화하는 풍경은 코미디나 다름없다. 결국 뒷수습까지 주민들이 해야 하나.

우한 교민은 우리 국민이다. 중국에서 얼마나 힘들었을지, 중국인과 결혼한 경우 가족간 누구는 비행기에 타고 서로 찢어져야 하는 사연도 가슴을 찡하게 했다. 내 가족이었다면 진천·아산 주민들이 그토록 반대했을까. 이런 동포들의 어려운 사정을 충분히 전달하고 국가 위기를 지역에 절실하게 호소하는 수순을 정부가 밟았어도 경운기와 트랙터를 동원한 도로점거가 나왔을까. 사람의 마음은 움직이는 것 아닌가.

정부가 우왕좌왕한 채 통합메시지 관리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배경은 판이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DJ의 위기극복 대국민 설득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래서 공동체에 위기가 닥쳤을 때 지도자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특히 메르스 사태 후 수년이 지났지만 많은 전문가들의 경고를 듣고도 중요한 격리시설 하나 가동하지 못한 현실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회의를 품게 한다. 이번 주민충돌을 보더라도 해외로부터 감염병 유입을 차단하려면 내륙까지 갈 것도 없이 공항에 인접한 시설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랄만한 사실이 또 있다. 인천공항에서 불과 1km 거리에 2011년 67억원을 들여 100명을 수용할 국가격리시설을 만들어놓고도 이번에 이 시설을 제대로 활용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중앙검역의료지원센터’얘기다.

메르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초기대응 실패를 지적하는 평가가 많았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간 자가격리 기준이 달라 갖가지 문제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비판했다. 이번에도 혼선은 개선되지 않았다. 확진자 신상과 동선에 대해 신중한 질병관리본부와 발 빠르게 발표부터 하는 지자체발 정보가 가짜뉴스와 뒤섞여 시민불안을 키웠다.

감염병 대응은 정부기능 중 기초과목이다. 현정부 실력은 여기서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난극복을 위해 대통령이 사회갈등 해소의 전면에 서야 한다. 4월 총선까지 신종 코로나 사태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 같다. 중국에 대한 외교적 고려냐, 국민안전이 먼저냐를 놓고 가치가 충돌하지만 정치적 판단을 해야 할 고비가 몇 번 더 있을 것이다. 국민 마음을 움직이는 선택은 어느 쪽일까. 자국민 안전보다 우선할 가치가 있을까. 사람이 먼저 아닌가.

박석원 지역사회부장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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