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내각이 아일랜드해를 사이에 두고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를 잇는 대교 건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ㆍ브렉시트) 이후 북아일랜드가 영국 본섬으로부터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청난 비용에 기술적 난관도 만만치 않아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공영방송 BBC에 따르면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정부 관료들이 영국 본섬과 북아일랜드를 연결하는 대교의 건설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검토 작업이 언제 끝날지는 말하지 않았다. 존슨 총리는 과거에도 이 구상에 대해 “매우 흥미로운 아이디어”라며 수차례 거론해왔고,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검토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존슨 총리가 이번에 대교 건설 방안을 다시 꺼내든 건 ‘브렉시트 뒷수습’ 때문으로 보인다. 현 브렉시트안은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육로 국경 강화(하드 보더)를 피하는 대신 영국 본섬과 아일랜드섬 사이, 즉 해안 국경을 세우도록 한다. 문제는 이럴 경우 사실상 북아일랜드와 영국 본토 사이에 관세ㆍ규제 국경이 생겨, 북아일랜드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처럼 북아일랜드에서 분리ㆍ차별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점차 커지자, 영국 정부가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를 육로로 연결해 세관 검사 강화의 부담을 덜어낼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새로운 통관절차를 우려하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자들에게 양보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건설을 할 경우 △스코틀랜드 포트패트릭에서 북아일랜드 란 지역을 잇는 방안(약 32㎞)이나 △스코틀랜드 서남단과 북아일랜드 토르헤드를 잇는 방안(약 19㎞)이 거론된다.
그러나 허황된 구상이라는 비판도 많다. 일단 최소 150억~200억파운드(23조~30조원)로 예상되는 천문학적 비용이 걸림돌이다. 게다가 기술적인 문제도 있다. 지난해 9월 북아일랜드의 해양공학자 제임스 던컨은 영국 일간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에펠탑보다 큰 기둥이 30개는 필요할 것”이라며 “제정신인 건설사나 책임감 있는 정부라면 착수할 리가 없는 계획이다. 달로 가는 다리를 놓는 수준”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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