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운동서 쓰일 당 상징색 놓고 고심 
색채전문기업 팬톤이 2016년 선정했던 올해의 컬러 ‘로즈 쿼츠’와 ‘세레니티’. 팬톤 제공

“초록, 주황? 아니면 빨강이나 분홍?”

매년 올해의 색(色)을 선정하는 색채전문 기업 ‘팬톤’도 아닌데, 온갖 색깔을 늘어놓고 깊은 고심에 빠진 곳이 있죠. 바로 4ㆍ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입니다.

모든 색엔 자기만의 이름과 상징이 있습니다. 파랑은 자유, 초록은 안정, 빨강은 열정 등 사람들에게 고유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만큼 국민들의 지지가 필요한 정당들도 색깔에 지극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 곳곳이 각 당의 상징색으로 넘실대는 선거철엔 그 어느 때보다 색이 중요합니다.

특히 신당 창당과 통합 등 정치권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는 지금, 각 당은 과연 어떤 색으로 국민들에게 다가갈 계획을 세우고 있을 까요. 신장 개업과 폐업이 되풀이 될 때마다 간판을 새로 만들고 그 간판이 손님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는 괜찮은 색을 써야하죠.

 ◇이번엔 ‘오렌지색 돌풍’ 노리는 安 
9일 서울 영등포구 하이서울유스호스텔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당 창당발기인대회에서 창당준비위원장에 선출된 안철수 전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먼저 총선 채비에 들어가며 당의 색을 바꾸거나 바꾸려고 시도하는 진영을 살펴 볼까요. 4년 전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엔 국민당을 창당하기로 하면서 상징색을 녹색에서 오렌지색으로 바꿨죠. 안 전 대표는 9일 창당 발기인 대회에서도 재킷 안에 오렌지색 니트를 입으며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어요. 안 전 대표 측은 오렌지색이 따뜻함과 행복, 긍정을 뜻한다고 설명했어요. 우크라이나의 ‘오렌지 혁명’을 떠올리게 한다는 얘기도 있고요.

‘통합신당’(가칭) 출범을 준비하는 자유한국당은 보수 진영의 단골 상징색인 붉은색과 비슷한 계열인 핑크를 만지작거리고 있다는데요. 한국당에선 이미 황교안 대표 취임 100일 기념 책 표지와 2040세대와의 토크콘서트 포스터 등에 밀레니얼 핑크를 썼습니다. 빨강보다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느낌으로 청년세대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나왔죠.

 ◇‘색깔의 위력’을 톡톡히 맛 본 정치인은?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강원 원주시장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노란 풍선을 흔들며 그의 옆을 지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색깔 정치’의 덕을 가장 톡톡히 봤던 정치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고 합니다. 2002년 대선 때 새천년민주당 후보였던 노 전 대통령의 당선엔 이른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중심의 노란색 물결이 있었습니다. 국내 첫 정치인 팬클럽인 노사모는 대선 기간 동안 노 전 대통령이 가는 곳 마다 노란 손수건을 흔들며 응원에 나섰죠. 노 전 대통령은 대선 로고송으로도 상징색을 고려한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와 ‘노란 손수건’을 활용하기도 했어요.

진보와 보수 진영이 전통의 색을 버리고 ‘금기’로 여기던 색상을 나란히 받아들인 사례도 있습니다. 지금이야 보수정당의 상징이 빨간색인 것이 어색하지 않지만 2012년 이전까지만 해도 ‘보수=파란색’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고 있었죠. 그래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면서 상징색을 빨간색으로 택한 것은 굉장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어요. 보통 빨간색 하면 ‘공산주의’를 떠올리던 이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죠.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가 2013년 9월 당사를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 맞은 편인 대산빌딩으로 이전한 후 열린 새 당사 입주식에서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반면 노란색과 초록색을 주로 사용하던 민주당 진영에선 대선에서 패배하고 2013년 5월 상징색을 푸른 계열로 바꿨죠. 각 당의 상징색은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으로 당명은 바뀌었지만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당의 상징색과 이념적 지향을 놓고 봤을 때 미국과 닮은꼴이 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미국에선 보수 공화당은 빨간색, 진보 민주당은 파란색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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