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계 역주행이 각종 잡음에도 존재감을 드러내며 의미를 찾아가고 있다. 그 과정에 음원 사재기 근절이 함께 한다면 더욱 뜻깊은 시너지가 발휘될 수 있다.
국내 최대 이용자 수를 자랑하는 음원 사이트 멜론 측은 11일 공식 홈페이지 '차트 파인더' 카테고리를 통해 지난해 연간 차트를 공개했다. 그 중 팝송을 제외한 국내종합 차트에 따르면, 임재현의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케이시의 '그때가 좋았어', 방탄소년단의 '작은 것들을 위한 시', 엠씨더맥스의 '넘쳐흘러', 폴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 '너를 만나', 태연의 '사계', 잔나비의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송하예의 '니 소식', 마크툽의 '오늘도 빛나는 너에게'가 차례로 TOP 10에 올라 발라드의 강세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와 관련해 임재현 측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많은 분들이 들어주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올해도 새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깊은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요계에는 유독 다양한 이슈가 많았다. 그 중에서도 음원 사재기 의혹이 모두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의혹을 제기하거나 받고 있는 가수들은 물론 각종 음악 산업 단체와 플랫폼에 관공서까지 입을 모아 '음원 사재기 근절'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은 "사실무근"이라며 해명 자료들도 공개하고 있다.
음원 사재기 의혹은 주로 역주행 곡들에게 쏟아졌다. 지난해 연간 멜론 차트 TOP 10에 든 가수들 중 임재현, 케이시, 송하예도 각자의 소속사를 통해 "음원 사재기를 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히며 의혹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의 해명대로 사재기가 아니라면 연간 차트 TOP 10이라는 대단한 성적은 칭찬 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음원 사재기 의혹에 가려졌던 역주행의 진가 또한 이러한 연간 차트 구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역주행의 본질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재조명받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연간 멜론 차트 TOP 10 중 '사랑에 연습이 있었다면', '그때가 좋았어', '모든 날, 모든 순간', '너를 만나' 등 4곡은 2018년 발매된 역주행 곡이다. 임재현, 케이시, 잔나비, 송하예, 마크툽 등의 팀은 지난해부터 특별한 음원 파워를 보인 신예들이다. 이렇듯 색다른 발견이 역주행을 거쳐 연간 음원 차트 가장 높은 곳에 안착했다.
다만 이들이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듯 전제 조건은 공정한 경쟁과 유통에 있다. 리스너의 선택이 투명하게 반영되는 역주행만이 의미를 가질 수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기 때문에 의혹을 생각하지 않고 연간 차트를 봤을 때, 역주행이 전성기를 맞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음원 사재기 근절이 조금씩 현실화된다면 역주행도 진정한 의미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음원 사재기 근절과 역주행이 동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역주행과 음원 사재기 근절 모두 가요계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바가 같다. 지난해 연간 멜론 차트가 역주행을 주목하게 했다면, 올해는 리스너들의 의혹 해소와 신뢰 회복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 역주행과 음원 사재기 근절이 만들 두 가지 기회를 모두 잡기 위한 가요계 각 주체들의 노력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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