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신드롬에 금융권도 반색하고 있다.
이 영화에 투자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이 흥행 수익은 물론 홍보 효과까지 톡톡히 누리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우리은행-컴퍼니케이 한국영화투자펀드’를 통해 기생충에 12억원을 간접 투자했다. 총 120억원 규모의 이 펀드는 우리은행이 중견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파트너스와 손잡고 2017년 3월 결성한 한국영화 전문투자 펀드다.
우리은행이 30억원을 출자했고, 기생충의 투자제작을 맡은 CJ ENM을 비롯한 국내 메이저 투자 배급사도 출자에 참여했다. 한국영화투자펀드는 그 동안 ‘극한직업’ ‘돈’ ‘엑시트’ 등 출자에 참여한 투자ㆍ배급사가 배급한 한국영화에 투자해왔다.
여기에 홍보효과는 덤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영화가 끝나면 엔딩 크레딧에 ‘우리은행’ 이름이 올라가 전 세계 관객들에게 우리은행의 이름을 알리는 홍보 효과도 봤다”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IBK금융그룹과 유니온 콘텐츠투자조합’을 통해 간접투자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투자조합은 총 100억원 규모로 기업은행이 30억원, IBK캐피탈이 40억원을 출자해 결성됐다. 조합이 기생충에 투자한 금액은 4억원으로, 출자지분을 고려하면 기업은행과 IBK캐피탈의 투자액은 각각 1억2,000만원, 1억6,000만원이다.
기업은행은 2012년 국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전담부서를 구성해 영화, 드라마, 공연 등에 대출이나 투자의 방식으로 지원해오고 있다. 총 지원 규모는 2조7,00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웹콘텐츠 등으로 장르를 확대했다.
2018년 이후 흥행한 작품만 해도 ‘극한직업’ ‘악인전’ ‘신과함께 1ㆍ2’ ‘공작’ ‘리틀포레스트’ 등 한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다. 특히 7억9,000만원을 투자한 극한직업은 수익률 300% 이상으로, 역대 투자 은행 중 최대 수익을 냈다.
극한직업은 관객수 1,626만명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고 매출액으로는 ‘명량’을 제치고 가장 많은 1,396억원을 기록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작품 시나리오를 받으면 작품성과 대중성, 감독과 출연 배우의 역량, 개봉 시기, 경쟁작, 시장 반응 등을 항목별로 나눠 내부 논의를 거치고 외무 전문가 의견도 참고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의 남다른 ‘눈썰미’는 기생충에서 재확인됐다.
기생충은 이미 2,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영화관 입장권 매출을 집계하는 사이트 박스오피스모조에 따르면 기생충은 전 세계에서 1억6,542만달러(1,959억7,000만원)의 티켓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북미에서만 상영관 수가 현재 1,060개에서 이번 주말에 2,000개 이상으로 확대되는 등 흥행 가도는 계속될 전망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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