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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톺아보기] 간이 정말 콩알만큼 작아지나

입력
2020.02.12 0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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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은 한국 사람의 생각을 담고 있다. ‘까치설’은 왜 ‘까마귀설’은 안 되는가? 한국 사람은 왜 ‘내 집, 내 나라’를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하는가? 왜 식당에 가서 ‘이모’를 찾을까? 외국인이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휘를 몰라서가 아니다. 한국인의 마음과 가치관,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말은 한국 사람의 생각을 담고 있다. ‘까치설’은 왜 ‘까마귀설’은 안 되는가? 한국 사람은 왜 ‘내 집, 내 나라’를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하는가? 왜 식당에 가서 ‘이모’를 찾을까? 외국인이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휘를 몰라서가 아니다. 한국인의 마음과 가치관,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학교 버스에서 한 대학생이 친구에게 물었다. “간 크기가 갑자기 변할까?” 이 질문에 거침없는 대답이 들려왔다. “변하잖아. 간이 커졌다, 콩알만 해졌다 이런 말이 있으니까...”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그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것이다. 흥미로운 해석에 소리 나는 쪽으로 돌아보았다. 자신 있게 말하던 그들은 심지어 간호학과 1학년 학생이었다. 한참 후에 TV를 보다가 간은 크기가 갑자기 커지거나 줄어들지 않는다는 전문의의 말을 듣고서, 문득 그 학생들을 다시 기억한 적이 있다.

참외, 외, 수박, 호박 중에서 무엇과 무엇이 더 가깝다고 생각하는가? 한국말을 쓰는 사람들은 보통 ‘참외와 외’, 그리고 ‘수박과 호박’을 하나로 묶는다. 그런데 ‘melon, cucumber, watermelon, pumpkin’으로 말하는 영어 사용자는 다른 묶음으로 답할 수 있다. ‘香瓜, 黄瓜, 西瓜, 南瓜’로 말하는 중국어 사용자도 생각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사물이라도 말이 다르면 다른 사물로 여겨지는 법이다.

한국말은 한국 사람의 생각을 담고 있다. ‘까치설’은 있는데 왜 ‘까마귀설’로 불리지 않았던가? 한국 사람은 왜 ‘내 집, 내 나라’를 ‘우리 집, 우리나라’라고 하는가? 한국 병원에서는 왜 4층을 ‘4층’이라 부르지 않는가? 왜 식당에 가서 ‘이모’를 찾을까? 외국인이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어휘를 몰라서가 아니다. 한국인의 마음과 가치관,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물의 물리적, 생물학적 의미는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지식보다 더 위력적인 힘은 사람의 마음에 있다. 그 마음을 끌고 가는 것이 그 사람이 쓰고 있는 말인 것이다. 어찌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미향 영남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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