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번호 OOO, 지금부터 재판을 개정합니다.”
판사가 법정에서 판사봉을 두드린다. 그런데 피고와 원고, 검사와 변호사 모두 법정에 없다. 판사 앞에는 대형 TV 스크린이 놓여있을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위험 때문에 중국에서 10일 처음 시작한 화상연결 온라인 재판 풍경이다.
이날 첫 재판은 상하이시 바오산구 인민법원에서 진행한 이혼 후 재산 분할 청구소송이었다고 중국 신민완바오가 전했다. 법원 서기만 판사 앞에 자리잡고 노트북을 두드릴 뿐, 모든 재판은 4개로 분할된 TV화면을 통해 이뤄졌다. 마스크를 쓴 판사가 마이크를 통해 물어보면 소송 당사자와 대리인은 각자 주장을 펼쳤다. 소송과 연관된 증거자료와 영상 등도 온라인을 통해 판사에게 전달됐다. 특히 피고가 상하이와 멀리 떨어진 쓰촨성에 거주하는지라 전염병 확산 상황에서 이동이 여의치 않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날 재판은 1시간 동안 진행됐다. 법정 변론과 당사자 최후 진술 등 기존 재판과 다름없이 모든 절차를 마쳤다. 재판이 끝난 후 2차원 코드로 스캔한 전자서명으로 소송 당사자들이 법정 발언에 대한 사인까지 끝냈다. 법원 측은 “전국민이 전염병에 맞서는 중차대한 시기에 온라인 법정은 확산 위험을 줄이고 소송을 신속하게 진행하는데 효과적”이라며 “법정까지 나올 필요가 없기 때문에 민사나 가사사건에 누구나 수월하게 참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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