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4개 부문 트로피를 수상한 것을 두고 영국 BBC가 “패러다이스(Paradiseㆍ천국)에 오른 패러사이트(Parasiteㆍ기생충)”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고 있다.
BBC는 10일(현지시간) 봉 감독이 경쟁작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을 제치고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고 보도하며 이 같은 어구를 사용했다. BBC는 또 “기생충은 그동안 자막 영화가 아카데미 92년 역사에서 이루지 못한 일을 해냈다”고 평가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아직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당장 나가서 보라”고 권했다. WP는 “기생충의 미국 박스오피스 실적은 단지 3,500만달러(약 415억원)”라며 “국제영화로서 인상적이지만, 많은 미국인이 아직 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WP는 이어 “그러니 당신이 잠에서 깨어나 ‘기생충’ 수상 소식을 접하고도 그 영화를 잘 알지 못한다고 해서 언짢아하지는 않아도 된다”면서 “바로 나가서 영화를 보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WP는 역사를 만들어낸 ‘기생충’에 대해 알아야 할 사항들이 있다면서 ‘살인의 추억’ ‘설국열차‘ 등 봉준호 감독의 과거 작품, 미국 평단의 호평, 작품상 수상의 의미 등을 상세히 소개했다. 특히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일종의 ‘기생충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극찬했다. WP는 “영화를 관람하는 미국인들이 늘어날수록, 미국인 관객들을 위해 온라인에선 한국 문화에 대한 언급이 확산하고 있다”며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g)으로 번역된 ‘짜파구리’(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끓인 라면)가 중요 장면에 등장했고, 온라인에는 한국 음식 조리법이 갑작스럽게 쏟아졌다”고 전했다.
WP는 “최근 아카데미는 백인 일색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성을 갖추려고 해왔다”며 “올해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만 보더라도 갈 길이 멀지만, 이제 우리는 (미국 밖) 누구든 어디에서든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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