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규모의 이동통신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반쪽 행사로 전락할 조짐이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잇따라 불참과 행사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다. 일각에선 현재 신종 코로나 위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전시회의 취소까지 배제할 순 없단 전망도 나온다.
10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올해 ‘MWC2020’ 행사 참가를 철회하기로 결정했다. 9일(현지시간) 스페인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2명으로 늘어나는 등 유럽 지역에서도 적신호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최초 발생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벗어나 전세계적으로 매일 3,000~4,000명의 확진자를 양성해 내고 있는 신종 코로나 여파가 유럽까지 상륙한 셈이다. 또한 일본 교도통신에 의하면 자국내 업체인 소니와 NTT도코모도 신종 코로나를 이유로 이번 ‘MWC2020’ 불참 행렬에 합류했다. LG전자와 에릭슨, 엔비디아 등이 아마존에 앞서 올해 MWC 행사 불참을 선언한 배경과 동일하다. LG전자의 경우엔 올해 MWC 현장에서 상반기 전략 스마트폰 ‘V60씽큐’와 ‘G9’을 공개할 계획이었지만 참가 취소 결단을 내렸다. 행사 불참에 따른 수 십억원 대의 손실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 기아차 등 국내 기업들의 올해 MWC 참가 규모를 대폭 줄였다.
MWC 행사 자체의 무게감을 감안하면 글로벌 기업들의 이런 행보는 이례적이다. 1987년 ‘세계이동통신사업자(GSM) 월드 콩그레스’란 이름으로 시작된 이 전시회는 매년 전세계 2,500곳 이상의 기업이 참가, 이동통신업계에선 가장 큰 연중행사로 꼽힌다. 올해도 2,800여개 기업과 11만명에 달하는 관람객들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행사에서는 5G,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등 통신 기술과 맞닿은 최신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가 모아졌다.
문제는 매년 수천 명의 중국 참관객도 이 행사를 찾고 있다는 데 있다. 현재 신종 코로나의 기세를 감안하면 진원지인 중국 현지인들의 MWC 행사에 불안감은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여기에 화웨이를 포함해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의 대표 기업들도 MWC 행사 참가가 유력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MWC를 주관하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에도 비상이 걸렸다. 급기야 지난달 말 “신종 코로나는 MWC 행사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성명을 발표한 GSMA가 9일(현지시간) △중국 후베이성 출신 참가자 행사장 입장 금지 △중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행사 2주 전부터 중국 외 국가에 있었다는 증명을 할 것 △행사장 입구 체온감지기 설치 등의 추가 조치를 내놨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업계 관계자는 “주최측 입장에선 스페인 내 연중 가장 큰 행사를 함부로 취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에 학회가 열린 싱가포르 호텔처럼 MWC에서 확진자가 여러 명 발생할 경우 올해 행사는 ‘최악의 MWC’로 오명이 남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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