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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넘어 아카데미까지 … ‘기생충’의 첫 제목은 ‘데칼코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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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넘어 아카데미까지 … ‘기생충’의 첫 제목은 ‘데칼코마니’

입력
2020.02.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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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4관왕을 차지한 영화 '기생충'. CJ ENM 제공

‘기생충’이 처음 구상된 것은 2013년. 빈부차가 격심한 두 가족 중 한 가족이 다른 가족에 완전히 침투한다는 뼈대였다. 이 뼈대에 맞게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 2017년 8월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영화 ‘옥자’의 연출부였던 한진원 작가가 가세하면서 지금의 ‘기생충’ 스토리가 완성됐다.

2018년 5월 18일 이후 넉달간 촬영이 진행됐다. 순 제작비는 135억원, 437억원이 든 ‘설국열차’나 600억원을 쓴 ‘옥자’에 비해 소박한 비용이다. 하지만 제작진만큼은 호화진용이었다. ‘설국열차’, ‘마더’ 등을 함께 했던 홍경표 촬영감독, ‘옥자’에서 호흡을 맞춘 이하준 미술감독이 합류했다.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기생충 스토리보드. 플레인아카이브 제공
봉준호 감독이 직접 그린 기생충 스토리보드. 플레인아카이브 제공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란 별명답게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배우 동선들까지 다 짜놨다. 거기다 찰떡 호흡 스태프들이 붙었으니 촬영은 일사천리. 봉 감독이 “찍은 뒤 편집으로 뺀 장면이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덕분에 ‘기생충’은 다른 의미에서 조그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초과ㆍ연장근무가 일상화된 영화계에서 근무시간, 식사시간 등을 다 챙긴 촬영현장이 ‘기생충’이었다.

‘기생충’ 자체가 화제작이었지만, 여기에다 불을 붙인 건 역시 지난해 5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사건이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와 ‘박쥐(2009)’가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밀양’(2007)의 전도연이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한 바는 있었으나 황금종려상은 최초였다.

칸 영화제와 성격이 다른 아카데미상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 예상은 ‘기생충’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차츰 깨졌다.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지난 연말부터 미국 각 지역 영화평론가협회 주최 상을 싹쓸이했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미국 제작자조합(PGA), 감독조합(DGA), 배우조합(SAG), 작가조합(WGA), 촬영감독협회(ASC), 미술감독조합(ADG) 등 각 직능단체가 주는 상도 차례차례 접수했다.

한 네티즌이 만든 기생충의 재개봉 예상 포스터. 각종 수상이력이 포스터에 빼곡하게 박혀있다. 온라인 캡처
한 네티즌이 만든 기생충의 재개봉 예상 포스터. 각종 수상이력이 포스터에 빼곡하게 박혀있다. 온라인 캡처

이런 화제몰이가 이어지자 지난해 9월 3개관에 불과했던 ‘기생충’의 미국 내 개봉관이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 여세를 몰아 ‘기생충’은 지난달 5일 미국 골든글로브상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총 109개 시상식에서 230개의 상을 받았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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