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이 처음 구상된 것은 2013년. 빈부차가 격심한 두 가족 중 한 가족이 다른 가족에 완전히 침투한다는 뼈대였다. 이 뼈대에 맞게 원래 제목은 ‘데칼코마니’였다. 2017년 8월 본격적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고 영화 ‘옥자’의 연출부였던 한진원 작가가 가세하면서 지금의 ‘기생충’ 스토리가 완성됐다.
2018년 5월 18일 이후 넉달간 촬영이 진행됐다. 순 제작비는 135억원, 437억원이 든 ‘설국열차’나 600억원을 쓴 ‘옥자’에 비해 소박한 비용이다. 하지만 제작진만큼은 호화진용이었다. ‘설국열차’, ‘마더’ 등을 함께 했던 홍경표 촬영감독, ‘옥자’에서 호흡을 맞춘 이하준 미술감독이 합류했다.
‘봉테일(봉준호+디테일)’이란 별명답게 봉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단계에서 배우 동선들까지 다 짜놨다. 거기다 찰떡 호흡 스태프들이 붙었으니 촬영은 일사천리. 봉 감독이 “찍은 뒤 편집으로 뺀 장면이 거의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 덕분에 ‘기생충’은 다른 의미에서 조그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초과ㆍ연장근무가 일상화된 영화계에서 근무시간, 식사시간 등을 다 챙긴 촬영현장이 ‘기생충’이었다.
‘기생충’ 자체가 화제작이었지만, 여기에다 불을 붙인 건 역시 지난해 5월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차지한 사건이었다.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은 이래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4)와 ‘박쥐(2009)’가 각각 심사위원대상과 심사위원상을, ‘밀양’(2007)의 전도연이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한 바는 있었으나 황금종려상은 최초였다.
칸 영화제와 성격이 다른 아카데미상은 어렵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많았지만, 이 예상은 ‘기생충’이 미국에 상륙하면서 차츰 깨졌다. 입소문이 돌기 시작하더니 지난 연말부터 미국 각 지역 영화평론가협회 주최 상을 싹쓸이했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 불리는 미국 제작자조합(PGA), 감독조합(DGA), 배우조합(SAG), 작가조합(WGA), 촬영감독협회(ASC), 미술감독조합(ADG) 등 각 직능단체가 주는 상도 차례차례 접수했다.
이런 화제몰이가 이어지자 지난해 9월 3개관에 불과했던 ‘기생충’의 미국 내 개봉관이 1,000개 이상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이 여세를 몰아 ‘기생충’은 지난달 5일 미국 골든글로브상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까지 올랐다. 그리고 마침내 아카데미에서 4관왕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지금까지 총 109개 시상식에서 230개의 상을 받았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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