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철 교수 “정부 브리핑도 일반인 눈높이로 쉽게 써야”
‘질병관리본부의 사례정의를 기준으로 의사환자에게 적용되며....’(7일 보도참고자료)
‘발생 초기에 비해 경증환자 발견 증가로 전체적인 치명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8일 보도참고자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보건당국이 매일 언론 브리핑을 하고 보도자료를 내며 대국민 소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당국이 사용하는 감염병 관련 용어가 너무 어려워 일반인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것은 물론 자칫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 수습이 급선무인 당장은 아니더라도 중장기적으로 알아 듣기 쉬운 감염병 용어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당국이 사용하는 어려운 관련 용어로 능동감시, 사례정의, 의사환자, 치명률, 비말감염, 유증상자 등을 꼽을 수 있다. 실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이런 단어를 검색하면 ‘능동감시 뜻’과 같이 뜻을 묻는 질문이 연관 검색어로 뜰 정도다. 사례정의와 같은 몇몇 용어는 국어사전에서조차 뜻이 나오지 않아 전문 지식 없이는 의미를 짐작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어려운 감염병 용어를 풀어 설명해주는 인터넷 게시글이 인기를 얻고 있다.
능동감시 대상자는 격리되지는 않지만 보건소가 신종 코로나 증상 변화를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사람을 뜻한다. 확진환자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자택에 격리되고, 그보다 접촉 시간이 적은 접촉자는 이런 능동감시를 받는다. 사례정의는 감염병 감시, 대응, 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정의(定義)하는 것을 뜻한다. 의사(擬似)환자는 확진 환자는 아니지만, 당국이 정한 사례정의 요건에 따라 신종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의미한다. 치명률은 어떤 질병에 걸린 사람 가운데 사망자의 비율을 가리킨다. 비말(飛沫)감염은 침방울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를, 유증상자는 감염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각각 뜻한다.
은희철 서울대 명예교수는 1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명사 두 개를 합쳐 신조어를 만들다 보니 듣는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용어가 생긴다”면서 “보다 평범한 한자어를 찾아서 대체하든, 아니면 명사와 명사 중간에 고유어를 접목해서 쓰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한 감염병 용어는 더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것이 은 교수의 생각이다. 서울대 의대 피부과 교수를 지낸 은 교수는 2013년 ‘아름다운 우리말 의학 전문용어 만들기’라는 책을 공동 집필하는 등 어려운 의학용어 개선에 힘써왔다.
은 교수는 능동감시는 ‘적극감시’로, 사례정의는 ‘사례판정’ 또는 ‘환자판정’으로, 의사환자는 ‘의심환자’로 각각 바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비말감염은 ‘작은방울감염’으로, 유증상자는 ‘증상 있는 사람’으로, 치명률은 ‘사망률’로 고치는 것이 가능하다고 은 교수는 덧붙였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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