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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기생충’, 미국만의 할리우드 무너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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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의 ‘기생충’, 미국만의 할리우드 무너뜨렸다

입력
2020.02.10 15:59
수정
2020.02.10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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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봉준호 감독(오른쪽)이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받으며 환호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1인치 자막의 장벽’을 훌쩍 뛰어넘어 세계영화사를 새로 썼다. 외국어영화로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4개 부문을 차지했다.

‘기생충’은 9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4관왕에 올랐다. 이날 수상은 모든 것이 다 기록이었다. 외국어영화가 작품상을 차지한 것은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다. 감독상은 대만 리안 감독의 2차례 수상(2006년 ‘브로크백마운틴’ㆍ2012년 ‘라이프 오브 파이’)에 이어 세 번째다. 각본상 수상은 아시아 영화 최초, 국제장편영화상 수상은 8번째다.

‘기생충’의 수상은 파격 그 자체다.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임을 자부하던 할리우드가 더 이상 미국만의 것이 아님을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여서다. 특히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면서 ‘가장 아카데미스러운 영화’로 꼽혔던 강력한 경쟁작 ‘1917’(감독 샘 멘데스)을 완벽하게 눌렀다는 점 또한 인상적이었다. ‘1917’은 촬영상 등 3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봉 감독은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골든글로브상 시상식 때 ‘1인치 장벽’을 언급했는데, 어쩌면 그 이전에 장벽은 무너졌지만 우리가 그걸 깨닫지 못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1954년 월트 디즈니 이후 56년만에 개인으로서 트로피 4개를 가져갔다.

수상소감은 흥분과 기쁨의 연속이었다. ‘기생충’의 제작사 바른손 이앤에이의 곽신애 대표는 “상상도 해본 적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며 “지금 이 순간 상징적이고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느낌”이라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은 “‘기생충’을 지지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며 “한국 관객에게 특별히 감사인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기생충’의 책임프로듀서다.

앞서 각본상을 받았을 때 제일 처음 무대에 올랐던 봉 감독은 “국가를 대표해서 시나리오를 쓴 건 아니지만 한국 첫 오스카 수상”이라며 아내와 ‘기생충’ 출연 배우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뒤에는 “내일 아침까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는 농담을 던지며 객석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기생충’은 편집상과 미술상은 아깝게 놓쳤다.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후보에 한국 영화 최초로 올랐던 ‘부재의 기억’(감독 이승준)은 수상에는 실패했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 당시 관계당국의 부실한 조치를 담은 영화다. 이날 레드카펫에서는 이 감독과 세월호 참사 유족 2명(단원고등학교 2학년 8반 장준형군 어머니 오현주씨, 2학년 5반 김건우군 어머니 김미나씨)이 함께 등장해 눈길을 모았다.

로스앤젤레스=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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