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간 국세 수입이 정부 목표치(세입 예산)를 5년 만에 밑돌았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이어지던 ‘초과 세수’ 행진이 끝나고 ‘세수 결손’ 사태를 빚은 것이다. 특히 주요 세입원인 법인세가 올해 크게 줄어들 전망이라, 확장재정 기조를 고수하고 있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올해 재정건전성은 더 악화될 전망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앙정부에서 걷은 세금은 총 293조5,000억원으로 2018년보다 1,000억원 줄었다. 정부의 한 해 국세 징수 목표치인 세입예산(294조8,000억원) 대비로는 1조3,000억원이 부족한 세수 결손이 발생한 셈이다.
세수 결손 상황은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세수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목표보다 많이 걷혔다. 2018년에는 무려 25조원 가량이 더 들어왔다. 정부는 이러한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기초연금 인상 등 과감한 복지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국세 수입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소득세가 2018년 대비 9,000억원 정도 덜 걷힌데다, 그간 초과 세수 행진을 견인해온 법인세가 당초 예상보다 7조원 가량 덜 걷히면서 세수 펑크 상황을 맞게 됐다.
소득세수 감소는 저소득층에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재정 지출을 늘렸기 때문이다. 법인세도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글로벌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기업들이 내는 중간 예납 규모가 줄면서 목표치를 크게 밑돌았다.
하지만 법인세는 최고세율 인상(22%→25%) 등의 영향으로 전년 보다 1조2,000억원이 더 걷히며, 지난해 세수 결손 폭을 그나마 줄이는 역할을 했다. 전년 대비 세금이 1조원 이상 더 걷힌 세목(稅目)은 법인세가 유일하다.
문제는 올해부터다. 법인세수가 작년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법인세는 전년도 회사 실적을 근거로 책정되는데, 지난해 반도체 경기 불황으로 법인세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삼성전자 등 반도체 제조사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더구나 세계 경제를 뒤 흔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현대자동차 등 다른 제조 대기업의 법인세 납부 규모도 당초보다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이런 전망을 감안해 올해 법인세수 예상치(64조4,000억원)으로 지난해 목표치 대비 18.7% 낮춰잡았다. 이럴 경우 법인세수는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대비 감소하게 된다. 한동안 세수를 떠받치던 법인세수가 대폭 감소할 경우 올해 역시 세수 결손 상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올해도 경기 부양을 위해 나라 곳간 돈을 더 많이 푼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정부의 확장재정 기조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올해 상반기 예산 조기 집행률을 역대 최고치인 62%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일자리 예산은 1분기 안에 37%를 쓸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세수 오차율은 불과 0.5%에 불과하다”며 “세수 부족으로 예산 씀씀이를 줄일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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