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화 트렌드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누가 우리 고객의 상황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더 잘 제공하는가’에 달려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요즘 웬만한 도시 버스 정류장에는 곧 도착할 버스에 사람이 얼마나 타고 있는지 알려주는 버스정보안내단말기(BIT)가 설치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여유', '보통', '혼잡' 3단계로 정보가 표시되는데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편리하다’거나 ‘세상 살기 좋아졌다’는 정도의 감탄만 할 뿐, 어떤 원리로 시스템이 작동하는지에 대해선 크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원리는 이렇다. 사람들은 버스를 탈 때 버스요금을 내려고 교통카드를 태그한다. 내리는 사람도 환승을 위해 교통카드를 태그한다. 탈 때 태그한 사람의 수에서 내릴 때 태그한 사람의 수를 뺄셈하면, 버스 안에 남아 있는 사람의 수가 계산되고, 이에 버스가 대형인지, 중형인지 등을 고려해 혼잡도가 계산된다. 설명을 듣고 나면 참 단순하고 쉽다는 생각이 든다. ‘빅데이터’라든지 ‘슈퍼컴퓨터’와 같은 단어가 주는 심리적 부담감에 비하면, 단순한 뺄셈만으로도 이런 유용한 정보가 생성된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다.

기업 활동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저마다 고객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데이터를 소중히 간직하고만 있으면, 이는 불필요한 ‘쓰레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 데이터에 ‘뺄셈’과 같은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그 데이터는 비로소 ‘유용한 정보’가 된다.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지금 다가오는 버스를 탈지, 혹은 좀 더 기다려 사람이 적은 버스를 탈지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인 셈이다.

이런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는 소비자의 ‘초개인화’ 트렌드와도 맞닿아 있다. ‘개인화’는 성별, 나이, 취향과 같은 개인의 특성에 집중한다. 반면 ‘초개인화’는 개인의 특성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처한 상황과 맥락을 더 중시한다. 평소에는 단정한 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일지라도 해외로 떠나는 바캉스를 앞두고는 과감한 패션을 선택하기도 하는 것처럼,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1명의 소비자를 1개의 시장으로 보는 개인화 트렌드가, 1명의 소비자를 그 사람이 처한 상황별로 0.1명으로 타게팅하는 초개인화 트렌드로 진화하고 있다.

초개인화 트렌드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누가 우리 고객의 상황정보를 빠르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더 잘 제공하는가’에 달려 있다. 버스의 예로 돌아가자면, 단순히 버스의 혼잡도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승객이 약속시간까지 여유가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해당 버스를 타야 하는지 혹은 새로운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지 코칭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초개인화 트렌드는 최근 많은 기업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관심과 의욕에 비해 그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회사가 가진 데이터만으로는 고객의 상황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가전회사에서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혼부부’의 정보가 궁금하겠지만, 결혼 시그널을 가지고 있는 다른 회사와 협업하지 않고서는 해당 데이터를 확보하기 어렵다.

2020년 1월 개정된 데이터3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보호법)은 이런 점에서 반갑다. 특정 회사가 가진 고객 데이터를 가명 정보로 가공하면 기업 간 데이터 융합과 거래가 가능하다. 온라인에 떠다니는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해 데이터 형태로 판매하는 스타트업의 등장도 이런 변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풀어야 할 숙제도 산더미다. 소비자입장에서는 기업이 자신의 정보를 꿰뚫고 있다는 사실은 불쾌함을 넘어 두려움을 낳을 수 있다. 초개인화 트렌드에 발맞춘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소비자 편의, 개인정보보호, 산업육성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하다.

전미영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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