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손님보다 상인이 많은 골목 손님 발걸음 끊긴 향촌동 수제화 골목
“솔솔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똑똑 구두 소리로 어딜 가시나” 대구 출신 가수 남일해가 부른 대중가요 ‘빨간 구두 아가씨’ 노래에 꼭 맞는 골목이 있다. 전국 유일의 수제화 골목인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이다. 2014년부터 매년 가을 이 노래에서 따온 이름인 수제화 축제 ‘빨간 구두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대구 수제화 골목은 대구역과 북성로 공구상가가 집적한 전통문화지역 속 명물거리다. 20년 이상 경력의 제화 장인들의 혼이 밴 수제화 골목에 빨간 불이 켜졌다. 중국산 저가 상품 물량 공세에 밀려 쇠퇴일로다. 수제화 골목의 실태와 활성화 방안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 중 낯선 사람은 하나도 없어요. 전부 얼굴 아는 사람이죠. 이 골목에 장사하는 사람만 있지 손님은 눈을 씻고 봐도 없죠.”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골목에서 만난 한 가게 주인의 하소연이다.
대구의 ‘명물’이라는 수제화골목이 위기다. 골목에는 손님이나 관광객보다 상인들이 훨씬 많았다. 아니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25년째 수제화를 판매했다는 아미제화 박연득(60) 사장은 “수제화 시대는 이미 끝났는데, 살아날 수 있겠냐”며 한숨지었다. “새로 찾는 손님은 거의 없고, 과거 수제화를 신어본 60대 이상의 단골 덕에 겨우 가게를 유지한다”며 “현상유지라도 하려면 하루 3~5켤레는 팔아야 하는데, 12월 한 달간 30켤레라도 팔았다는 가게가 이 골목에 하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향촌동 수제화 골목은 중앙로-종로를 동서로 연결하는 서성로 14길의 300여m 골목에 있다. 1970년 조성됐다. 완제품 제조업체와 부품 공급사, 도소매 유통업체 등 130여개가 몰려 한때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전국 유일 수제화 골목이라는 명성도 얻었지만, 1990년대 말 중국산 저가 공세에 밀려 쇠퇴일로를 걷고 있다. 2000년 대 초 130여 개이던 점포는 올 2월 기준 매장 42개, 특수화 2개, 수선 8개 등 60개로 반 토막이 났다.
더 큰 문제는 후진양성이 끊긴 데 있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지난해 10월 수제화활성화위원회는 20년 이상 수제화 분야 종사자 중 5년 이상 중구에서 활동중인 기술자를 대상으로 제 1회 수제화 명장을 선정했다. 1회 명장이 된 최병열(63ㆍ한양제화 대표)씨는 “명장 선정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며 “49년째 이 골목을 지키고 있지만 이 일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어 우리가 마지막 세대가 될지 모르겠다”며 걱정했다.
상인들도 자구노력에 나섰지만 미래를 장담하기 힘들다. 최근 수제화골목협회는 임원진을 새로 구성하고 수제화 르네상스를 위해 골목 전체를 통합한 인터넷 쇼핑몰 구축 등 다양한 위기극복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헌용 대구수제화골목협회장은 “20~30대 신규 수요 고객층 확보를 위해 새로운 플랫폼 마련이 시급하다”며 “중국산 저가 상품과 다른 품질 좋은 제품인 것은 물론, 본인의 개성과 발의 특성에 맞는 나만의 신발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수제화 매력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그림 1대구 중구 향촌동 수제화골목 전경.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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