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ㆍCNN 등 美 언론 분석 “노출되는 역할은 리커창에”
“신종 코로나 사태를 진두지휘한다는 시진핑 주석은 어디에?”(CNN)
“중국의 지도자, 신종 코로나로부터 안전한 고지대에서 싸우다.”(뉴욕타임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국가적 위기에 처한 중국에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미 언론에서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대형 참사나 자연재해 때마다 현장을 찾아 지휘하는 모습을 연출한 과거 사례와 달리 관영매체에 자주 등장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8일(현지시간) 시 주석이 신종코로나 대응의 최일선에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당국이 부실한 대응에 대한 정치적 책임론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명절 춘제(春節ㆍ설) 무렵 신종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며 국내외에서 창궐해 위기 수준이 급격히 증폭한 국면에서 시 주석이 공개 행보를 극도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일례로 시 주석은 신종 코로나 발원지 우한에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날인 지난달 23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춘제 단배식에서 ‘샤오캉 사회(小康社會ㆍ의식주 걱정이 없이 비교적 풍족한 사회)’를 건설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을 뿐 통제불능 상태로 빠져드는 신종 코로나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또 지난달 25일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를 열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논의하고 28일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을 만난 것 외에는 공개 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일선 방문 등 직접 드러나는 지휘 역할은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맡겨졌다. NYT는 “중국은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이 격화되자 리 총리를 정부 공식 반응의 얼굴로 삼았다”고 전했다.
CNN 방송도 지난 5일 ‘시진핑이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중국 관영매체는 이 보도 직후 시 주석이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만난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다.
NYT는 중국이 시 주석의 모습을 숨기는 것은 신종 코로나 대응 실패에 따른 민중의 분노와 정치적 위기로부터 그를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 위기가 장기적으로 시 주석의 장기 집권 구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지적했다. 시 주석은 2018년 개헌으로 2022년에 제3기 집권을 실현할 발판을 마련했으나 신종 코로나 위기에서 큰 타격을 받는다면 당내 실력자들과 타협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NYT는 전망했다.
하지만 NYT는 시 주석의 장악력에 이상이 있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며, 마오쩌둥과 덩샤오핑도 위기 때 뒤로 물러서서 책임론을 벗어나는 전략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국제관계학 전문가인 세르케이 라드첸코 카디프대학 교수는 “시진핑은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이 유사한 상황에서 했던 방식을 따르고 있다”며 “가려진 곳으로 물러나면서도 통제력을 굳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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