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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ㆍ저물가 탓에 ‘돈맥경화’ 걸린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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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ㆍ저물가 탓에 ‘돈맥경화’ 걸린 한국 경제

입력
2020.02.09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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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가 있는 OECD 16개국의 ‘총통화/GDP’ 통계의 역수를 취한 값. <자료 : 세계은행>
자료가 있는 OECD 16개국의 ‘총통화/GDP’ 통계의 역수를 취한 값. <자료 : 세계은행>

한국 경제가 ‘돈맥경화’ (돈이 시중에 돌지 않는 상태) 에 걸렸다는 진단이 나왔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통화 유통속도’가 2004년 이후 지속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으며,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 가운데 통화 유통속도 하락률이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통화 유통속도란 명목 국내총생산(GDP)을 통화로 나눈 값으로, 돈이 시중에 유통되는 속도를 측정하는 기준이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한국 총통화 유통속도 추이는 2004년 0.98에서 2018년 0.72로 줄었는데, 쉽게 말하면 발행된 화폐가 2004년에는 평균 1년에 약 1번 꼴로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쓰였다면, 2018년에는 0.7번 쓰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통화 유통속도가 하락했다는 것은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아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계경제와 비교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경연이 세계은행 통계에 근거해 OECD 16개국의 2018년 총통화 유통속도 증감률을 산출한 결과, 한국은 -3.5로 바로 뒤를 잇는 폴란드(-2.6), 영국(-1.9), 헝가리(-1.8)보다 큰 폭으로 가장 하락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호주(2.5), 칠레(1.9), 노르웨이(1.9) 등은 총통화 유통속도가 증가해 갈수록 시중에서 활발하게 돈이 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경연은 OECD 16개국의 자료와 함께 총통화 유통속도와 성장률 및 소비자 물가상승률 관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통화 유통속도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는 이유로 ‘저성장 및 저물가’를 꼽았다.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신용결제를 선호하게 되는데 이는 화폐 보유에 대한 수요 감소 및 유통 속도 증가로 이어지며, 물가상승률이 높아도 화폐 보유 수요가 줄고 시중에 화폐 유통속도는 빨라진다는 것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GDP가 1% 증가하면 통화 유통속도는 1.3%,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오르면 통화 유통속도는 0.8% 빨라졌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 전략실장은 “돈이 시중에 도는 속도가 OECD 16개국 중 꼴지라는 것은 우리 경제의 체력이 크게 약화됐다는 뜻”이라며 “저성장ㆍ저물가가 만연하게 되면 경제의 기초체력이 소진될 수 있는 만큼 기업친화적인 정책을 통해 경제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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