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33)이 7년 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우승을 따냈다. 한국 선수가 이번 시즌 LPGA투어에서 거둔 첫 우승이다.
박희영이 9일 호주 빅토리아주 서틴스 비치 골프 링크스의 비치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총상금 110만 달러)에서 연장 4차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유소연(30) 최혜진(21) 등 한국 선수 3명이 벌인 치열한 연장 승부였다.
박희영은 이번 우승을 통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LPGA투어 13년차인 박희영의 마지막 우승은 2013년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이었다. 그 후 고질적인 왼 손목 부상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에는 16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상금 순위 110위에 그쳐 출전 자격을 유지하지 못했다. 시즌 후 11월 퀄리파잉 토너먼트에 출전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번 시즌 출전 자격을 획득했다.
이날 박희영은 강한 바람 때문에 버디와 보기를 번갈아 치며 고전했다. 좀처럼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그는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나란히 8언더파 281타를 기록한 박희영 유소연 최혜진 등 한국 선수 3명이 18번홀에서 연장 승부에 들어갔다.
세 선수는 연장 1차전에서 모두 버디를 잡아냈다. 2차전에서 유소연이 파에 그치며 탈락했고, 박희영과 최혜진은 2, 3차전 모두 버디를 기록하며 승부는 4차전으로 넘어갔다. 4차전 최혜진은 티샷이 나무 밑으로 들어가며 흔들렸고 박희영은 안정적으로 파로 막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달리던 조아연(20)은 마지막 라운드에서 흔들리며 공동 16위(3언더파 286타)에 그치고 말았다. 조아연은 이 대회에서 LPGA투어 첫 우승을 노렸지만 이날 강한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더블보기 2개, 보기 7개를 범하며 무너졌다.
한편 함께 치러진 유러피안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에서는 호주교포 이민우(22)가 생애 처음으로 우승컵을 들었다. 이민우는 최종합계 19언더파로 2위 라이언 팍스를 2타 차로 제치고 정상을 밟았다. 이민우는 LPGA투어에서 뛰는 이민지(24)의 남동생으로, 지난해 유러피안 투어에 데뷔해 14개 대회에서 두 차례 톱10을 기록했다. 함께 대회에 출전한 누나 이민지는 6언더파 283타로 공동 6위를 기록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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