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이나 봤다” “다른 한국 영화도 볼 것”
CNN “영화산업의 승리 될 것” 기생충 응원
“한국 영화는 오늘 처음 봅니다. 이렇게 재미있을 줄 몰랐습니다. 또 다른 한국 영화를 볼 의향이 있냐고요? 당연하죠!”
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부에나파크 극장 CGV. 영화 ‘기생충’을 보고 나온 리처드 이스트먼(51)씨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눈을 가린 채 낯선 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어디로 갈지 전혀 모르는 상황처럼 영화가 전개돼 미치도록 재미있었다”며 “오스카 후보라고 해서 봤는데, 왜 주요 부문 수상 후보로 꼽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나이키 파한(29)씨는 아예 ‘기생충 마니아’였다. 영화를 세 번쯤 본 파한씨가 이날 극장을 찾은 건 흑백판을 보기 위해서였다. 파한씨는 ”3년 전 우연히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본 뒤 봉 감독의 팬이 됐다”며 “이번 영화 ‘기생충’이 후보에 오른 오스카 6개 부문에서 모두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기생충’ 분위기가 무르익어가고 있었다. 재미동포들이 주 고객층인 부에나파크 CGV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자 ‘기생충’ 흑백판 상연을 새로 편성했다. 시상식 이후에는 하루 평균 상영횟수를 5회에서 7회로 늘리기로 했다. ‘기생충’의 투자배급사인 CJ ENM은 시상식 이후 북미 상영관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게 기존 예상과 비슷하다면, 뉴스전문채널 CNN은 ‘기생충’을 한껏 응원하는 보도를 냈다. CNN은 올해 아카데미상을 영화 ‘매트릭스’에 비유하며 “파란약(‘기생충’)을 먹고 감춰진 진실된 세계를 알게 될 것인지, 빨간약을 택해 안온한 거짓 세상에 안주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생충’ 수상 자체가 “눈에 띄게 분투해온 비주류의 승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영화산업의 승리”이기도 할 것이란 설명이었다.
이 와중에도 ‘기생충’은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인딘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lm Independent's Spirit Awards, FISA)에서 외국영화상을 챙겼다. 봉준호 감독은 “내일이 지나면 마침내 집에 간다. 그게 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다”고 농담을 던졌다. 봉 감독은 영화 홍보를 위해 지난달 2일 출국한 뒤 로스앤젤레스를 근거지로 뉴욕, 네덜란드 로테르담, 영국 런던 등을 오가며 40일 가까이 해외 유랑 중이다. ‘기생충’은 작품상 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가 있다.
한편, 아카데미상 시상식이 열릴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는 레드카펫 행사를 위한 마무리 공사가 이어졌다. 극장 주변 도로는 사전 통제를 위해 이날 폐쇄됐다.
로스앤젤레스=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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