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 위약금 고수에 일부 전시회 강행
관광상품 환불 위약금 면제와는 대조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계약취소 위약금 폐지를 요청한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천재지변이나 다름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으로 타격을 입은 거래 상대방에 대해 공공부문이 민간보다 더 경직되고 가혹한 대응을 하고 있다. 민간은 곤궁에 빠진 납품ㆍ하청업체나 개인고객이 거래중단, 계약해지 의사를 전달하면 그대로 수용하는 반면 무역협회 등 공공부문 산하기관은 계약불이행에 따른 불이익을 모두 전가시키고 있다. 게다가 일부는 정부 부처와의 계약은 단순 해지하면서도, 민간 영세업체에는 계약금 전액을 위약금을 몰수 처분하는 등 약탈적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 확산으로 여행객의 관광상품 취소가 잇따르자 많은 업체들이 중국은 물론이고 동남아 등 다른 지역에 대해서도 소비자들의 선택을 별도 부담 없이 용인하고 있다. 다낭 여행정보 커뮤니티인 ‘다마싸’가 최근 관광상품 취소에 따른 수수료를 일시적으로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고, 에어마카오도 2월 중 인천-마카오 노선에 대한 환불 위약금을 면제키로 했다. 동남아는 물론이고 미국, 일본 등의 여행을 주선했던 업체들도 고객들의 예약취소 사유가 신종 바이러스에 따른 것이라는 게 확인되면 수수료 없이 면제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공공부문에서는 계약해지에 따른 피해를 약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이번 달 개최 예정이던 전시ㆍ박람회 25개 중 11개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됐는데 이 과정에서 행사 취소로 타격을 입은 업체들이 거액의 위약금까지 떠안게 됐다. 지난 5~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세미콘 코리아 2020’ 행사를 열려던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이 대표적 피해자다. SEMI측은 행사 관련 비용을 전액 지불했지만, 코엑스에서 한푼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코엑스 규정에 따르면 ‘천재지변’으로 행사가 연기 또는 취소되면 위약금이 면제되지만, 코엑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천재지변에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일부 업체들은 어차피 돌려받지 못하는 만큼 관람객 급감이 예상돼도 행사를 강행하고 있다. 임산부, 영유아 대상으로 열리는 ‘베페 베이비페어’는 행사(20~23일) 취소를 고려했다가 강행키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여파로 행사 취소가 잇따르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내부.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대부분 공공기관 산하인 전시장 업체들이 일반 기업에만 가혹한 계약 조건을 내건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코엑스 측은 일반 기업으로부터는 위약금을 다 받겠다는 입장이면서도 정부 행사에 대해서는 ‘관행’상 위약금을 면제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17~19일 주관할 예정이던 ‘대한민국 혁신산업대전’의 경우 행사를 2주가량 앞두고 연기했는데도 위약금을 전혀 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코엑스 관계자는 “혁신산업대전 취소 건은 정부와 실제 계약이 맺어지지 않은 사안이며, 다른 취소 건에 대해선 운영규정 및 사례를 검토하는 단계로 위약금 부과를 확정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영세업체와 개인들을 중심으로 신종 바이러스 충격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관광이나 결혼식장 이용 계약의 불이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 책임을 경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최근 3건이나 잇따라 올라왔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