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中, 정치적 위기서 보호하려 시 주석 모습 숨겨”
중국 전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사망을 애도하는 가운데 교수 사회가 언론 자유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내놓았다. 그의 죽음이 사회 전반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1인 체제’의 엄격한 통제에 균열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전망과 함께 시 주석이 책임론을 피하기 위해 공개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탕이밍(唐翼明) 우한화중사범대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 등 10명은 서한에서 “리 박사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고 시민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리원량은 지난해 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종 코로나의 실태를 처음 알렸다가 공안당국에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체포됐던 8명의 의사 중 한 명이다. 이들은 특히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헌법상 언론ㆍ집회ㆍ결사ㆍ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면서 “언론 자유의 행사는 결코 국가ㆍ사회ㆍ집단의 이익이나 타인의 자유ㆍ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첸판(張千帆) 베이징대 법학 교수를 비롯해 칭화대ㆍ인민대 등의 교수 9명도 별도 성명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을 폐지하라”고 촉구한 뒤 리원량의 사망일인 2월 6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할 것을 건의했다.
친첸훙(秦前紅) 우한대 법학과 교수는 이 같은 기류를 시진핑 체제에 대한 ‘신뢰의 위기’로 해석했다. 그는 “지금껏 분열돼 있던 여론이 (리원량의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자칫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 사망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덩샤오핑(鄧小平)의 후계자였던 후야오방은 1980년대 중반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보수파에게 쫓겨났고, 1989년 2월 그의 갑작스런 사망은 넉달 뒤 ‘텐안먼 민주화 시위’의 도화선이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시 주석이 신종 코로나 대응의 최일선에서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이 민중의 분노와 정치적 위기로부터 그를 보호하려고 시 주석의 모습을 숨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리원량의 죽음으로 중국 내 민심은 출렁이고 있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선 ‘리원량 사망’ 소식 글의 조회 수가 7억건에 육박했고, 언론 자유를 내용으로 한 해시태그 글도 300만건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국가감찰위원회를 통해 리원량의 주장에 대한 처리 과정을 전면조사하기 시작했다. SCMP는 “대중들의 분노를 달래야 할 필요성과 방역 작업의 일선에 있는 관료들의 사기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중국 정부가 대중의 언론 자유 요구를 얼마나 수용할 지 의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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