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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체 간이식 세계 최고 수준… 1년 생존율 90%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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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체 간이식 세계 최고 수준… 1년 생존율 90% 넘어”

입력
2020.02.11 04:00
수정
2020.02.11 08: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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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평재 고려대 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인터뷰

박평재 고려대 구로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간이식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뇌사자 간 기능이 크게 줄어 안타깝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박평재 고려대 구로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간이식으로 꺼져가는 생명을 살릴 수 있는데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뇌사자 간 기능이 크게 줄어 안타깝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장기이식은 ‘외과수술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어려운 수술 분야다. 특히 간이식은 장기이식 가운데에서도 매우 까다로운 분야다. 국내 간이식은 단연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간ㆍ콩팥 이식 전문가인 박평재(44) 고려대 구로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간은 일부분을 잘라내도 3개월 정도 지나면 거의 원래 크기로 재생한다”며 “뇌사자 간 기증자가 적은 탓도 있지만 살아 있는 사람 간의 간이식(생체 간이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1994년 첫 간이식 수술에 성공한 이래 수술 100례를 훌쩍 넘어섰다. 구로병원을 비롯해 안암병원 안산병원 등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은 2018년 3월 간이식 의료진과 인프라를 함께 운영하는 ‘통합 간이식팀(LT-KURE)’을 만들어 간이식 수술 역량을 크게 높였다. 수혈량은 절반으로 줄었고, 이식 후 90일 생존율을 95% 이상, 이 가운데 생체 간이식의 경우 90일 생존율은 100%까지 끌어올렸다.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마지막 희망인데.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간경화, 간세포암, 대사성 질환 등을 앓는 환자에게 시행되는 수술이다. 특히 간세포암 환자는 대부분 기저(基底) 간질환을 동반하고 간경화로 이어질 때가 많아 수술 등 치료 후 간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저 간질환을 동반된 간세포암, 말기 간질환, 대사성 질환을 앓는 환자에게 간이식을 한다.

간이식은 말기 간질환 환자의 마지막 치료법인 만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최고로 어려운 수술로 꼽힌다. 이식 전문 의료진과 시설 등 인프라를 갖춰야 하므로 일정 수준 이상의 대형병원에서 주로 시행된다. 수술도 어렵지만 환자가 대부분 중증이고 생사 기로에 놓여 있어 수술 전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국내 간이식 수준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생체 간이식의 경우 1년 생존율이 90% 이상이고 5년 생존율도 80%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암이나 다른 중증 질환에서 흔히 5년 생존율로 평가하지만 간이식은 이식 후 1년이 가장 많이 변하기에 1년 생존율을 의미 있게 본다. 간이식 후 1년까지 면역 거부 반응이 많고 감염이나 합병증 위험도 높아 가장 주의해야 한다. 1년 정도 지나면 대부분 상태가 완만하게 유지된다.”

-뇌사자 간 기증이 줄어 생체 간이식이 많은데.

“간은 내부 장기 가운데 유일하게 일부를 잘라내도 3개월 정도면 원래 크기의 80~90%로 재생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콩팥에 이어 두 번째로 생체 간이식이 활발한 편이다. 국내 간이식의 70% 이상이 생체 간이식이다. 생체 간이식은 법적으로 19세 이상인 장기 기증자가 부부, 직계 존ㆍ비속, 형제자매, 4촌 이내 친족 그리고 까다로운 조건을 갖춘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화해를 다루는 TV 드라마에 간이식이 많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그리 보편화된 수술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에 따르면 국내 간이식은 뇌사자 이식과 생체 이식을 합쳐 2017년 1,482건, 2018년 1,475건이 시행됐을 정도다. 특히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후 뇌사자 간이식이 2017년 450건에서 2018년 369건, 2019년 391건으로 의미 있게 줄어들면서 간이식을 받지 못해 대기자가 사망하는 등 안타까운 일이 적지 않다.”

-같은 혈액형이 아니어도 간이식이 가능한데.

“간이식은 드라마와 달리 가족이 기증을 해도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우선 기증자의 건강상태, 수혜자(환자)와 기증자의 이식 적합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 이상적인 기증자는 건강하며 체중과 혈액형이 적합하고, 간의 구조와 기능이 정상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혈액형이 달라도 기증할 수 있다. 이전에는 혈액형이 다르면 면역거부반응에 따른 장기 손상 등이 우려됐다. 하지만 혈액형에 대한 항체를 줄이기 위한 단클론 항체 치료, 혈장교환술, 면역억제요법 등이 나오면서 2007년 이후 국내에서도 혈액 부적합 간이식 성적이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기증자는 일반적으로 기증할 때 간 용적의 30% 이상을 남긴다. 1명의 수혜자에게 1개 이식편(부분 간)을 이식한다. 그러나 기증자의 간 비율이 부적합하거나 수혜자 체구 등이 달라 2명의 기증자에게서 각각 간을 기증받아 1명에게 동시에 이식하기도 한다(2대 1 생체 간이식 수술). 개인별로 간의 구조ㆍ용적 등이 다르므로 의료진의 면밀한 진단과 상담이 필요하다.”

-간이식을 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기증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자발성과 순수성이다. 간을 떼내도 거의 대부분 재생되지만 후유증이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평생 단 한 번만 간을 기증할 수 있기에 간 기증을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수혜자도 간이식이 매우 큰 수술이므로 자신의 건강상태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식 수술 시 새로운 장기로 바꾸어 넣는 과정에서 막혔던 혈관이 뚫리면서 조직 손상으로 심장이나 폐에 부담이 갈 수 있다. 특히 조직 손상으로 수술 도중 사망할 위험도 있다. 이에 따라 심폐 기능이 아주 약하다면 간이식을 받을 수 없다. 간이식 후 회복기간은 수술 전 상태가 좌우한다. 컨디션이 좋은 환자는 수술 3~4주 이내 퇴원할 수 있다. 하지만 투석 기간ㆍ간성 혼수 전력 여부 등에 따라 회복기간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이식 후 평생 면역 억제제를 먹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말기 간질환 환자 가운데 주변에서 몸에 좋다는 말만 듣고 건강보조식품, 홍삼 엑기스, 보양식, 진액 등 간에 부담을 주는 식품을 너무 많이 먹어 간 건강을 해치는 사람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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