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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 영국인 후손 “트롯에 푹 빠져 송가인과 함께 무대 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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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참전용사 영국인 후손 “트롯에 푹 빠져 송가인과 함께 무대 섰어요”

입력
2020.02.08 19:34
수정
2020.02.0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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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 트롯 마니아 필립 톰슨

1월19에 방영된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성군편 녹화에 참여한 후 ‘샤방샤방’으로 인기상을 수상한 후 가수 박현빈(오른쪽)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1월19에 방영된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성군편 녹화에 참여한 후 ‘샤방샤방’으로 인기상을 수상한 후 가수 박현빈(오른쪽)씨와 기념촬영을 했다.
1월19에 방영된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성군편 녹화에 참여한 후 노래 선생님인 가수 최병윤(왼쪽)씨와 포즈를 취했다. 최병윤씨도 전국노래자랑에서 ‘샤방샤방’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1월19에 방영된 전국노래자랑 대구 달성군편 녹화에 참여한 후 노래 선생님인 가수 최병윤(왼쪽)씨와 포즈를 취했다. 최병윤씨도 전국노래자랑에서 ‘샤방샤방’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어디서든 트롯이 흘러나오면 2002년 월드컵 응원 분위기가 나요. 그것이 바로 영국인인 제가 트롯 마니아가 된 이유지요.”

대구에서 영어공부방을 운영 중인 영국 출신 필립 톰슨(40)의 트롯 사랑은 못 말리는 수준이다. 애호를 넘어 무대에까지 진출했다. 1월 19일에 방영된 전국노래자랑 달성군편에서 인기상을 받았다. 톰슨씨는 “장려상을 노렸는데 너무 아깝다. 실력의 70%밖에 발휘 못 했다”고 아쉬워했다.

정작 초대 가수로 현장에 내려와 있었던 박현빈이 흥이 제대로 올랐다. 객석에서 내내 춤을 추다가 심사위원석에 난입해서 실로폰을 낚아채 본인이 직접 ‘딩동댕’을 쳤다.

더 놀라운 일은 일주일 뒤였다. 트롯 대세 ‘송가인’의 설날특집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송가인씨가 제일 앞에 서고 저와 다른 한국인 게스트 세 명, 그리고 합창단이 함께 했어요. 제 파트가 끝나고 가만히 서 있는데 눈물이 났어요. 어떻게 내가 이 무대에 서 있지, 하는 생각에 너무 감격스러웠죠. 한국과 인연을 맺은 후 결혼식 때 빼고 가장 감동스러운 순간이었어요.”

톰슨씨와 한국의 인연으로 7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큰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다. 친척들과 모임이 있을 때마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그 때문인지 1988년 올림픽을 통해 한국의 풍경을 처음 접했지만 왠지 낯설지 않았다. 한국에 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힌 건 2002년 월드컵 때였다. 한국팀이 붉은 응원의 파도를 타고 4강에 진출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행을 버킷리스트에 넣었다.

2006년 드디어 한국에 왔다. 원어민 교사로 일하면서 2년 정도 경험한 후 한국을 더 깊이 알고 싶어서 영국으로 돌아가 쉐필드 대학에서 ‘동아시아학’ 중 ‘한국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렇게 학문적 갈증을 풀고 1년 반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한국생활이 시작됐다. 2013년에는 한국 여성과 결혼에 골인했고, 그 뒤로 주변에서 ‘필서방’으로 통한다.

톰슨씨가 처음으로 ‘꽂힌’ 트롯 곡은 박상철의 ‘무조건’이었다.

“‘무조건’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누구 할 것 없이 손뼉 치고 덩실 덩실 춤을 추는 모습이 너무 신기했어요. 2002년에 축구 응원하던 모습하고 똑같았어요. 트롯이 정말 대단하고 신기한 음악이구나 싶었죠.”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노래를 배웠다. 행사장에서 우연히 만난 가수 최병윤씨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있다. 톰슨씨는 “얼마 전에 ‘미스트 트롯’에서 ‘아수라트롯’이라는 별명을 가진 가수를 봤는데 우리 선생님이 더 잘한다. 우리 선생님이 원조다”라고 자랑하면서 “이렇게 좋은 선생님한테 배워서 송가인 콘서트까지 갈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몇 해 전에 선생님이 전국노래자랑에서 ‘샤방샤방’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 저도 이번에 그 노래를 불러 인기상을 거머쥐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동경하는 가수는 나훈아다. 유튜브 등으로 영상은 접했지만 아직 콘서트에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도저히 표를 구할 수 없어서다.

“영상으로 접한 나훈아 콘서트에는 이야기와 노래가 있었어요. 마치 판소리 같았어요. 관객들이 감동해서 우는 것도 봤구요. 꼭 콘서트에 가서 제 두 눈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싶어요.”

방송 욕심도 있다. 노래도 하고 토크쇼도 하고 싶다. 롤 모델은 제임스 코든이라고 했다.

“제임스 코든은 스티비 원더, 폴 메카트니, 머라이어 케리까지 인터뷰를 했어요. 얼마 전엔 BTS도 ‘제임스 코든쇼’에 출연을 했어요. 저도 사람들과 진솔한 인터뷰를 진행해보고 싶어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만능 엔터테인먼트로서의 면모를 반드시 보여드리고 싶어요.”

당장은 노래 연습에 열중할 것이라고 했다. 아무래도 백인 트롯 가수로 자리를 잡아야 방송이든 어디든 기회를 줄 것 같아서다.

“저를 트롯의 세계에 빠트린 ‘무조건’이란 노래제목처럼, 방송이든 공연 무대든 필립 톰슨 하면 무조건 초대받을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대구 필서방 많이 응원해 주이소!”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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