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 여론 악화 우려한 당국, 우한에 조사단 파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 알린 중국 우한시중심병원의 의사 리원량(李文亮)의 죽음으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중앙 정부가 직접 조사를 진행키로 했다. 반정부 여론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어, 리원량의 죽음을 포함한 신종 코로나 관련 사건들이 굳건해 보였던 시진핑 정부를 흔들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7일(현지시간) 국가감찰위원회가 우한에 조사단을 보내 리원량 사망과 관련된 종합적인 조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탁 등과 관련 최고 조사기관인 감찰위가 한 의사의 죽음 때문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조사 이후에는 리원량 죽음으로 인한 대중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한 담당자 처벌 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700명을 훌쩍 넘은 상황에서 중국 안팎에선 리원량의 죽음을 ‘내부 고발자의 순교’라며 추모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로 이날 새벽 숨진 리원량은 지난해 12월 30일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신종 코로나 실태를 처음 알린 장본인이다. 하지만 처음 신종 코로나 발병을 알렸을 당시 공안당국은 이들을 유언비어 유포 혐의로 조사하고 함구하겠다는 약속과 잘못을 인정하는 자술서를 받았다.
SCMP는 “리원량의 사망은 표현의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기폭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정부의 고민은 감찰위 조사 후 대중의 분노를 해소하면서도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정부 감시권력은 놓지 않을 수 있는 묘안을 내는 것이다. 그 균형을 맞추지 못하면 시진핑 정권에 위협이 되는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킨 키안홍 우한대 법학과 교수는 “이번 사태로 동정심과 분노 등을 느끼는 시민들이 폭발하면 후야오방(胡耀邦) 사망 사건보다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 공산당 총서기인 후야오방 사망사건은 1989년 중국 민주화 운동인 천안문 사태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물론 중국 내 표현의 자유가 획기적으로 허용되긴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스티브 창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연구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장은 “(시진핑 주석이) 리원량의 죽음이 후야오방의 죽음처럼 되는 걸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표현의 자유를 완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본인의 권력이 약해 보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은 시 주석이 통제력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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