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청년 창업을 외치는 시대다. 그러나 갓 서른의 나이에 능력있는 사업가로 인정받기란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삼한사온이 아닌 ‘삼한사미(세먼지)’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인 요즘, 패션 마스크 제조 업체 ‘르마스카’ 대표로 경영 능력을 과시하고 있는 2014년 미스코리아 ‘미’ 이사라 씨를 만났다.
HI : 미스코리아 도전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 대학에서 영상 그래픽과 일러스트를 전공해, 픽사 같은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취직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미국에서는 획일화된 학업 계획보다 개개인의 스토리를 중요시하므로 새로운 도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국의 다양한 또래 친구들을 만나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참가하게 된 거예요.
HI : 미스코리아 타이틀을 얻고 난 뒤 다양한 경험들로 장래 희망이 흔들린 적은 없나요?
이 : 다른 미스코리아 친구들도 그렇겠지만, 저도 연기자 제안을 많이 받았거든요. 영상 제작과 연기가 전혀 다른 파트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SBS ‘스타킹’ 등 몇몇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영상 제작의 실제를 경험해보니 더 다르더라고요. 1년 동안 연기 등 여러 삶들을 들여다보다가 원래 전공으로 되돌아왔습니다
HI : 네이버 크리에이터로도 활동하셨죠?
이 : 연기를 잠시 경험한 뒤 ‘다시 영상을 만들어보자’ 싶어 이런 저런 영상을 만들었어요. 그때 만들었던 영상들 중에 뷰티 관련 영상 하나를 우연히 ‘2016 네이버 뷰스타 대회’에 제출했는데, 톱10으로 선정됐어요. 그때부터 뷰티 영상을 만들어 네이버에 업로드도 하고, 베트남에서 열린 K뷰티 행사 등에 참가하면서 본격적인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HI : 뷰티 크리에이터의 수입이 연기 수입보다 괜찮았나요?
이 : 네. 그렇게 많지는 않아도, 다달이 재미를 느끼고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은 벌수 있었으니까요. 게다가 이 일은 다른 일과 병행해도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콘텐츠이므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더라고요.
HI : 장기적인 목표를 지향하기보다 현재에 충실하신 편 같아요.
이 : 인생이 마음대로 된다는 보장은 없잖아요. 너무 먼 곳을 바라보면 금방 지치고 낙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에게 순간에 집중하면서 흐르는 대로 가는 편입니다. 가끔은 내가 너무 한곳에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는 건 아닐까 자문해본 적도 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로 현재에 충실하면 분명 좋은 일은 일어날 거라고 믿어요.
HI : 그런데 연기자에서 뷰티 크리에이터로, 다시 사업가로 변신했어요.
이 : 영상 제작으로 뷰티 크리에이터 활동을 하다 보니, 우연히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마스크 회사 사업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관련 영상을 제작해 인플루언서들에게 배포하고, 스마트 스토어를 제작하면서 점점 이 사업에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발주 및 공정 과정, 택배 준비 등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인수하게 됐어요.
HI : 어떤 일이 가장 적성에 맞나요?
이 : 연기자와 뷰티 크리에이터, 회사 운영을 각각 2년씩 해왔는데요. 개인적으로 1위는 회사 운영, 2위가 크리에이터, 3위가 연기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일들이 서로 연결되기도 해요. 시간적 여력이 된다면 직원들과 함께 느끼고 경험했던 고충과 해프닝들을 또 다시 영상에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뉴스에서는 오너들의 언급사항이나 지침이 나오지만, 사실 직원들간의 이야기가 훨씬 생생하고 재미있거든요.
HI : 직원들과의 관계가 굉장히 돈독해 보여요.
이 : 사실 예전에 딱 한 번 직원들 월급이 늦어진 적이 있었어요. 월급을 지불해야 하던 시기에, 갑작스런 물량 부족이 겹쳐 고민이 많았어요. 그때 직원들이 월급을 미뤄서라도 급한 일부터 처리하자고 해 감동받았던 기억이 나요. 위기 상황 속에서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을 확인하면서 더욱 화기애애해졌거든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마냥 고마울 뿐이네요.
HI : 이렇게 멋진 여성은 어떤 상대를 만날까요?
이 : 일할 때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속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기 때문에 체력의 한계를 느낄 때가 있어요.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기 마련인데, 그럴 때 나를 더욱 다시 일으켜 세워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무엇보다 한결같이 자상한 사람이 좋더라고요.
HI : 사업 이야기를 해 볼까요. 패션 마스크란 아이템이 참 신선해요.
이 : 이제 마스크는 일상용품입니다. 그만큼 편안한 착용감은 물론이고 가성비와 스타일까지도 신경써야 해요. 그래서 1년에 한 번은 트렌드에 맞춰 디자인을 개발하고, 감각적인 화보 촬영도 진행해서 더욱 대중들에게 친숙한 패션 기능 제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방한 혹은 자외선 차단 기능에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별도로 필터를 껴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을 더했어요.
HI : 흔치 않은 여성 CEO로 일하면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 : OECD 자료를 보니 저임금 여성 노동자가 회원국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더라고요. 평등한 사회가 되려면 여성 일자리가 더욱 늘고 동등한 기회를 누려야 하겠죠. 하지만 실제로는 결혼이나 출산, 육아로 인해 30~40대에 경력 단절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타까워요. 사회에 복귀하려고 해도 ‘몇 푼이나 벌려고 그러냐’ ‘애들 교육은 어떡하냐’는 식의 부정적인 피드백이 대부분인데, 스스로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자존감도 높아지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 회사만큼이라도 그런 부분에서 모범을 보이고 싶어요. 일주일에 하루 쯤은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아이를 데리고 회의에 참석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회사 일만큼이나 가정의 소중함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HI : 진취적인 면모가 돋보이네요. 미스코리아 타이틀에 대한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이 : 미스코리아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말을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위상이라는 그 말 자체가 옛날 말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요즘은 채널과 루트가 너무나 다양해졌기 때문에 대중의 관심사와 시선이 더 넒어졌다고 말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대회들이 많아지고, 예전만큼 미스코리아가 세간의 관심을 덜 받게 되었다는 건 알아요.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미스코리아 대회는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고 있잖아요. 또 어떤 분들은 이 대회가 대한민국 근현대 여성사가 담겨있다고도 하시던데, 그만큼 대한민국 20대 여성들의 시대 흐름이 담긴 대회는 없으리라 자부합니다.
HI : 올해 또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나요?
이 : 대만과 싱가폴에 우리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데, 올해는 일본과 중국으로도 진출하고 싶어요. 그리고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아 환경 관련 캠패인이나 사회공헌도 해보고 싶습니다.
김수현(2006년 ‘미’ 미스한국일보) 녹원회 이사 crescent080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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