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 끊겨… 전통시장 소상공인 생계 곤란
학습지 교사, 영세 사교육계도 매출 급감
“평소 하루에 닭을 50마리 튀겼는데, 지금은 많이 팔아야 30마리입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역전통시장에서 옛날 통닭집을 3년째 운영하는 안영배(58)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일주일 만에 매출이 50% 가까이 줄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대목인 정월 대보름(8일)을 앞둔 7일에도 시장은 한산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러 나온 몇몇 행인들도 필요한 물건만 골라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신종 코로나 여파로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통시장 소상공인이다.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영업에 ‘직격탄’을 맞았다. 둔촌역전통시장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김모(52)씨는 “10년 넘게 여기서 장사를 하고 있지만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며 “보통 오후 10시까지 장사를 하는데, 지금은 어차피 손님이 없어 8시면 문을 닫고 들어간다”고 토로했다.
최근 잇따라 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광주ㆍ전남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시장 면적이 1만563㎡에 달하는 양동시장은 광주는 물론 전남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신종 코로나 ‘한파’를 피해가지는 못했다. 시장에서 홍어를 판매하는 이정숙(68)씨는 “3일 연속 빈속으로 간 적도 있다”며 “손님들 발길이 뚝 끊겨 매출이 반 토막 이상 곤두박질쳤다. 자릿세와 관리비를 내며 장사하는 집은 하루하루가 적자”라고 전했다.
지역 소상공인뿐이 아니다. 대면 업무를 주로 하는 방문 학습지 교사, 문화센터 교사들도 생계를 이어가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방문 학습지 교사다. 급여가 방문 수업료에 연동되는 방식인데 최근 수업을 쉬겠다는 학부모 요청이 급증해 이달 월급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한 학습지 영업센터 관계자는 “수업을 계속하는 회원이 10분의 1에 그치는 실정”이라며 “교사가 수업료와 교재를 판매한 수익의 일정 부분을 급여로 받아 가는데 이번 달은 어떻게 월급을 줘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은 신종코로나 사태를 맞아 소속 교사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학습지 노조에 따르면 회원의 환불 요청에 대해 교사가 사비로 환불해주는 사례도 있고 교재만 배달해주고 수업은 당분간 진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학습지 교사뿐 아니라 백화점이나 마트 문화센터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강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말까지 영유아와 임산부 대상 강좌를 휴강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도 휴교령이 내려진 지역의 문화센터 강좌를 중단하는 등 강의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문화센터에 소속된 것이 아니라 프리랜서 계약 형태로 일하고 있어서 수업이 줄어든 만큼 강사의 수입도 적어진다.
소규모 학원을 운영하는 영세 사교육업계에서도 수입 급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임대료 등 고정비용 지출은 여전한데 갑작스러운 수강생 감소가 청천벽력이라는 하소연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태권도장 원장은 “평소보다 원생이 20% 정도 감소했는데 수강생 1명이 줄면 13∼15만원 정도 경제적 타격이 있다”며 “주변 학원들은 50% 정도 학생이 줄어든 곳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는 영세 학원 등 자영업자가 받는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을 통한 경영안전자금 대출이나 새마을금고 중앙회 긴급자금 대출 등 지원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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