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 등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 24명을 진료하고 있는 병원들이 참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임상태스크포스(TF)’가 7일 오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진료해본 결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중증 질환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는 학계 전문가들과 2, 13, 23, 24번 환자의 주치의 등이 참여해 국내에서 발생한 환자를 진료하고 얻은 의학적 견해를 밝혔다.
◇신종 코로나 치사율 갈수록 떨어져
먼저 TF자문위원장을 맡은 오명돈 서울대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맨 처음에는 중증도가 높은 사람들 위주로 발견이 되기 마련”이라면서 “처음에는 신종 코로나 치사율이 4% 된다는 무서운 이야기 있었지만 치명률 시간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중국 내에서도 단기간에 환자가 급증해 의료체계가 붕괴한 우한시와 후베이성에선 치사율이 높지만 다른 지역에선 치사율이 낮다는 이야기다. 오 교수는 “(지원지였던) 후베이성에선 단기간에 환자가 급증하면서 의료체계가 붕괴해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못 받아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한국에선 중증 환자 바로 응급실 갈 수 있지만 중국은 중증 환자들 빨리 제대로 치료 못 받은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 “진료해보니 신종 코로나 중증 질환 아냐”
오 교수는 “우리가 논의 해보면 중증 질환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의 경우 신장투석은 물론, 인공호흡하는 환자도 있었는데 신종 코로나는 그렇게 중증으로 갈 환자는 아직까지 없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TF는 환자 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 추가 환자를 만들어 내냐를 따지는 R0값 역시 사스(4)와 메르스(병원 외부 0.6)에 비해 신종 코로나(2 추정)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환자가 다른 환자를 만들어내는 기간을 뜻하는 ‘세대기’가 신종 코로나가 사스나 메르스보다 짧아서 빨리 퍼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요약하면 중증도는 떨어지지만 세대기가 짧아서 메르스나 사스보다 많이 전파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TF에 따르면 중국에서 발표한 신종 코로나 환자 통계는 폐렴 환자부터 집계하기 때문에 감기처럼 지나가는 환자는 숫자로도 잡히지 않고 있다. 즉 가벼운 환자는 빠지고 폐렴 환자만 집계되니 사망률도 높게 집계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달 4일 중국 보건당국에서 구체적으로 발표한 숫자에 따르면 중국 기준 사망률도 우한지역(4.9%)과 후베이성(3.1%)에서 높을 뿐, 전국(2.1%)과 후베이성 제외한 전 지역(0.16%)에서 낮게 보고됐다. TF 관계자는 “우한 지역에선 집중 치료할 수 있는 한국의 3차병원(대학병원급)에 해당하는 전문병원이 3개 있는데 여기 중환자 치료 베드가 110개 뿐이어서 환자가 밀려들어 중환자를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 국내 환자들 상태 양호
현장 의료진은 국내 환자들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인공호흡기나 페이스마스크 등 강도 높은 산소공급장치 없이 치료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2, 13, 23, 24번 환자의 주치의인 진범식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환자들은 매우 안정적인 상태로 있다”라고 설명했다.
◇치사율 낮지만 국가규모에선 경계 필요
다만 오명도 교수는 치명률(사망률)이 낮더라도 여전히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 국민이 걸리는 가상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사망자가 대량 발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오 교수는 “계절 독감 치명률은 0.01%이고 2009년 신종플루는 0.02% 정도지만 국가적 차원인 5000만명 수준에서 생각하면 5,000명이 사망하는 질병 부담이 발생한다”라면서 “사스 역시 치명률은 10%지만 (세계에서) 환자가 8,000명이 생겨서 800명이 사망했다”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치명률 하나만 갖고 (감염병의) 심각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면서 “우리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이 치명률이 정확한 수치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만일에 가령 0.5%라고 하더라도 걸리는 환자 수를 곱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치명률이 어떻게 되느냐를 매우 중요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