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한국일보] 서울중앙지검. 서재훈 기자

검찰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에서 민정수석비서관실의 권한 남용을 집중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통령과 청와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언급하는 등 이 사건을 청와대의 조직적 선거 개입으로 사실상 공소장에 명시했다.

7일 공개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의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대통령비서실 등은 그 장(長)이 국회 탄핵소추권, 국회출석ㆍ답변요구권, 해임건의권 등 대상이 되지 않아 권한이 남용될 우려가 높다”며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등은 법령에 규정되지 않은 권한을 임의로 행사해서는 안 되고 권한의 범위도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민정수석 등은 선출직 공무원의 범죄정보 수집이나 범죄첩보서 작성 업무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며 “감찰 대상이 아닌 자에 대해 민원이나 진정이 접수되더라도 그대로를 관련 기관에 이첩할 수 있을 뿐 범죄정보 수집이나 범죄첩보서 작성을 해서는 안 된다”고 민정수석실의 직무 범위가 제한적임을 강조했다.

김 전 시장에 대해 민정수석,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등이 범죄 첩보를 수집하고 경찰에 넘긴 것은 엄중한 권한 남용이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먼저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은 2018년 울산 지방선거를 앞두고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김 전 시장 관련 비위 첩보를 받아 경찰 수사에 유리한 내용만 넣어 가공하고, ‘경찰이 고소인 반발로 최근에야 적극성을 보인다’ 등 없었던 내용을 추가했다. 선출직 공무원 정보를 ‘가필’한 것인데, 검찰은 이것이 민정수석실 직무 범위에서 벗어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문 전 행정관은 이를 상급자인 이광철 선임행정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에게 전달했고, 백 전 비서관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 이를 건네며 김 전 시장에 대한 집중적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이 대목에서 “박 전 비서관은 해당 범죄첩보의 생산 및 수사기관 하달이 권한이나 업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심각한 위법임을 인식했다”며 “청와대에서 입지가 굳은 백 전 비서관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공소장 서문에서는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공소장에는 “대통령이나 대통령 보좌 공무원에게는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요구된다”며 “공무원은 지위를 막론하고 특정 후보자를 당선ㆍ낙선하게 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검찰이 공소장에 대통령과 비서실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거론함에 따라 총선 이후 이어질 추가 기소 대상에 임종석 당시 비서실장 등 ‘청와대 윗선’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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