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 환자 명동·시청 일대 활보
서대문서 민박·공덕 이마트 쇼핑
소재불명 2주 인구밀집지 방문 추정
13번 동료 우한 교민 24번째 확진
당국, 中 전역 방문자로 검사 확대
정 총리 “9일 중대 결정 내릴 수도”
중국 우한에서 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23번째 환자(57)는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서울 시청광장과 명동 일대를 돌아다녔던 것으로 드러났다. 12ㆍ14ㆍ17번 환자가 앞서 남대문시장, 서울역 등을 방문한 데 이어 서울의 심장부가 잇따라 신종 코로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것이다. 특히 23번 환자가 ‘소재 불명’이었던 약 2주간 이들 지역 외 시내 주요 관광지와 인구 밀집 지역을 돌아다녔을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보건당국은 환자 증상 발현 직전부터 격리 때까지의 동선만을 공개해 시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본부(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7일 신종 코로나 24번째 국내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24번 환자(28)는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후 충남 아산시 임시생활시설에서 지내온 우한 교민으로 지난 2일 확진 된 13번 환자(28)의 직장 동료다. 환자는 지난 2일부터 콧물ㆍ인후통 등 증상을 보여 검사를 실시해 양성으로 확인됐다.
질본은 최근 확진된 18~23번 환자의 동선도 이날 공개했다. 중국인 관광객인 23번 환자는 지난달 23일 입국한 뒤 증상 발현 전날인 2일까지 열흘가량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머물렀다. 2일 정오 체크아웃 후 환자는 이날 오후 12시 15분부터 1시간 정도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쇼핑하고, 서대문구의 도시형민박시설에 들러 짐을 내려놓은 후, 오후 2시 18분부터 2시간가량 이마트 마포공덕점에서 물건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23번 환자는 다음날부터 확진 때까지 줄곧 숙소에 머물렀다고 질본은 밝혔다.
싱가포르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19번 환자(36)도 거주지인 서울 송파구와 강남구 빵집과 음식점, 호텔, 인천 송도 쇼핑몰 등을 들러 역시 수많은 접촉자를 양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확진자들이 방문한 서울 도심의 주요 공공장소는 이날 부랴부랴 문을 닫았다. 하루 평균 매출이 100억원에 달하는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은 물론 인근 애비뉴엘, 영플라자 매장까지 오후 2시 셔터가 내려졌다. 이날 백화점을 방문한 일본ㆍ태국인 단체 관광객들은 ‘당분간 영업을 중단한다’는 공지문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10일 문을 열기로 한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휴점을 알리는 방송이 나가자 몇몇 고객들이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해 직원들이 상세히 설명하고 퇴점을 안내했다”고 말했다.
백화점에서 약 300m 떨어진 프레지던트 호텔 로비에는 투숙객들이 오갔지만 1층의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은 이미 문을 닫았다. 호텔은 조식 서비스를 이날부터 16일까지 중단하기로 했다. 이마트 마포공덕점 역시 이틀간 임시 휴업을 하고 매일 방역작업을 하기로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송파구와 강남구, 영등포구, 양천구의 유ㆍ초중고교 32곳에 10일부터 19일까지 휴업을 명령했다. 서대문구 창서초ㆍ연희초는 이날 자체 휴업했다.
공개된 동선에 대해서는 사후 대책이 이뤄졌지만, 23번 환자의 입국 후 행적이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안심하기 힘든 상황이다. 보건당국은 ‘증상 발현 24시간 전까지의 동선만 공개한다’는 원칙에 따라 그의 입국 후 열흘간의 행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더 이전 동선을 공개하면 국민에게 불필요한 불안감만 드릴 수 있다”(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는 이유다. 하지만 질본이 이미 “가벼운 증상의 환자도 신종 코로나 전파 매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한 만큼 23번 환자가 한동안 지역사회 바이러스 전파원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이처럼 우한에서 들어와 이날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외국인은 총 25명으로, 이중 20명은 만약 감염됐다면 잠복기가 지났을 테지만 당국은 계속 추적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정부는 이날부터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기관과 대상을 확대했다. 기존에는 중국 후베이성에 방문한 사람 중 14일 이내에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에만 확진검사를 했으나 앞으로는 중국 전역을 방문한 사람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다. 동남아 국가를 방문했더라도 의사 소견에 따라 검사가 가능하다. 진단검사가 가능한 보건소도 이날 기준 124곳으로 확대돼 하루 검사 가능한 환자는 200명에서 3,000명으로 늘었다.
교육부도 일선 학교의 수업일수를 최대 19일까지 단축하도록 허용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상 천재지변 등 특수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수업일수(190일)의 10분의 1을 감축할 수 있어 필요 지역에 한해 협의하겠다는 것이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사태 때도 이를 허용했던 점을 감안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9일 직접 주재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한 단계 강화된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보건의약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정 총리는 “잠복기를 감안하면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중대한 결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여러분 말씀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세종=변태섭 기자 liebrtas@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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