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찾아간 충북 청주시 흥덕보건소 선별진료소. 보건소 별관 주차장 한켠에 비닐 천막으로 만든 임시 시설(5㎡) 내부에는 둥근 탁자 한 개와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탁자 위엔 감염병 담당자 번호를 적은 안내문과 손 세척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 수칙을 담은 전단이 놓여 있었다. 이날 이곳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은 한 명도 없었다.
보건소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주민(70)은 선별진료소에 대한 질문에 “일주일 전쯤 천막을 치던데, 뭐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주차장에서 만난 다른 주민은 “이 추위에 안에 난로도 없는데 누가 들어가겠냐. 이용하는 사람도 없는 시설 때문에 주차 공간만 줄어들었다”고 혀를 찼다.
보건소 측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운영중인 이곳 선별진료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가릴 검사 장비와 전문 인력이 없다. 때문에 검사는 못하고 상담만 받는다고 한다. 보건소 관계자는 “검사 장비가 없어서 선별진료소를 찾는 시민들을 상대로 보건 교육이나 위생수칙 안내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만약 의심되는 사람이 있으면 관내 전염병 전문 병원으로 보내는데, 지금까지 선별진료소를 이용한 10명 가운데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선별진료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일반 병원도 마찬가지인 것으로알려졌다. 청주시내 한 병원의 선별진료소는 건물 뒤편 좁은 골목 쪽에 설치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병원 측은 “24시간 운영하는 응급센터와 연결하기 위해 건물 뒤편 응급실 쪽에 선별진료 공간을 마련했다”고 했으나 시민들은 “병원 이용객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큰 길 쪽에 안내문이라도 설치해놓았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일부 병원은 정부의 일방적인 선별진료소 설치를 성토하기도 했다. 한 군지역 소재 병원 관계자는 “군에서 갑자기 공문을 보내와 준비할 시간도 없이 선별진료소를 마련했다. 인력ㆍ물품이 적잖이 든다.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충북도내 선별진료소는 30곳(거점병원 16곳, 보건소 14곳)에 달하지만, 실제 이곳을 이용하는 주민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심 증세가 있으면 1339에 연락하거나 지역 거점병원 등을 직접 이용하고 있어 선별진료소를 찾는 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 선별진료소는 병원ㆍ의료진 보호를 위한 것인 만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주=한덕동 기자 dd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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