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 중국 한국인회 간담회
“마스크가 없어서 면티셔츠를 잘라 봉제해 쓰고, 손세정제가 없어 알코올을 희석해 쓰거나 50도짜리 중국 백주를 대신 쓸 정도입니다.”
중국 교민들의 모임인 중국한국인회 임원들은 7일 “마스크와 손세정제 등 구호품 지원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날 서울시청에서 박원순 시장과 가진 간담회에서다.
중국 현지 동포 사회에 대한 지원 방안 등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이 자리에서 박원우 중국한국인회 총연합회 회장은 “일부 총영사관에 마스크가 1만~2만개 정도 들어오지만 대도시에서는 (이 분량이면) 마스크가 1인당 2개도 돌아가지 않는다”며 “중국 교민들의 가장 어려운 점은 구급품”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어제로 1차 잠복기가 끝났다고 했고, 오는 20일까지를 2차 잠복기로 잡았다”며 “긴급 구호 물품은 앞으로 2차 잠복기 안에 들어와야지 그 이후에 오면 크게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며 즉각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옥경 총연합회 부회장은 “지하철에서 마스크를 안 쓰면 공안들이 강제로 하차시키고, 마스크 없이 백화점에 들어갔다가 공안이 수갑을 채운 경우도 봤다”고 거들었다. 마스크가 없어 교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제적 피해에 대한 지원도 언급됐다. 신동환 천진한국인회 회장은 “2월은 경제적 손실이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대기업은 그래도 낫겠지만, 중소기업은 상당한 자금난을 겪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와 맞물려 고개를 드는 ‘중국 혐오’ 세태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전용희 산동연합회 회장은 “‘우한 폐렴’으로 몰고 가면 중국인에 대한 폄하가 된다”며 “지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당시에도 어려운 시기를 겪었는데, 결국 남아 있는 80만 교민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며 우한 폐렴이란 단어 사용을 자제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한중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야 한다는 기대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중국인은 특성상 어려울 때 도와준 사람을 절대 잊지 않는다”며 “지금 의료품을 중국인과 나눠 쓰고 있는데 이런 것이 중국 매스컴에 아주 크게 보도가 된다”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은 “중국인들은 ‘설중송탄(雪中送炭ㆍ눈 속에 있는 사람에게 땔감을 보냄)’, 즉 어려울 때 신세를 지면 반드시 갚는다는 전통과 인식이 있다”며 “이런 기회에 노력해서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박 시장은 “의료용품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겠다”며 “어떻게 하면 가능할지 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약속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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