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보건당국은 착용하라는데, WHO나 CDC는“쓸 필요 없어”
증상 있는 사람의 증상이 밖으로 퍼지지 않게 막는 효과 O
증상 없는 사람에게 증상이 못 들어오게 막는 효과 △
마스크가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은 요즘입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철도 아닌데 너도나도 마스크를 쓰게 된 까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의 확산입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감염병 때문에 성인이 마스크를 착용한 경험은 79%로 집계됐습니다. 호흡기 바이러스의 일종인 신종 코로나는 비말(침방울)이나 침방울이 튄 매개물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바이러스가 코나 입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마스크를 쓰는 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보호 방법입니다.
그런데 마스크를 쓸 때 쓰더라도 마스크 쓰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왜 써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알고 쓰면 더 좋겠죠. 사실 단순히 불안하다는 이유라면, 감염 위험이 크지 않다는 판단이 든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기 전 다시 생각해보셔도 될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마스크의 효용성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높지 않다고 합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및 해외 전문가들도 증상이 없는 사람들이 마스크 쓰는 것을 권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볼까요?
“WHO에서 권고한 사항에 병원균 옮기는 걸 막기 위해 개인위생으로는 자기 손을 열심히 닦는 게 가장 좋고, 정상적인 사람은 마스크를 하라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먼저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첫 번째 확진자를 완치케 한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의 말입니다. 조 원장은 7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마스크 착용은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 남들에게 안 퍼지게 하기 위해서 착용하라는 권고사항”이라고 말했습니다.
조 원장은 N95마스크(기름성분에 저항성이 없고(N) 공기 중 1마이크로미터 이상 크기 미세과립의 95% 이상을 거르는 보건용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로는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을 수 없고, 무증상자의 경우 N95 마스크를 쓰고 일상생활 하는 건 어렵다고 합니다. 조 원장은 “정상적인 사람은 마스크를 한다 한들 병원에서 쓰는 N95 마스크를 하기 전에는 바이러스가 직접 오는 것을 막을 방법은 사실은 마땅치 않다고 본다”며 “일반 마스크는 바이러스가 충분히 지나다닐 정도로 구멍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의학용 보호구 마스크를 쓰면 몇 분만 지나도 숨이 차서 일 할 수 없는데, 일상생활에 국민들이 그걸 하고 다니라고 권고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했어요. 마스크만 쓰면 다 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뜻이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KF80마스크(식약처의 허가를 거친 마스크로 평균 0.6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미세먼지 입자를 80% 차단하는 마스크. KF94의 경우 미세먼지 입자 차단율이 94%라는 뜻)를 쓰라고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즉 이 감염 우려 지역이나 감염 지역이라고 알려진 곳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원칙적으로 쓸 필요 없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최 교수는 “모든 시민이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되는 필요성과 위험성이 지금 현재로서는 명확하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말했는데요. 그는 또 “공중 보건 당국,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 단체도 이런 부분(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지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까지 마스크를 찾느라 정작 필요한 사람이 쓰기 어려워질 경우 자칫 더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심지어 아예 쓰지 않는 게 좋다는 주장도 있고요. 홍종학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은 6일 페이스북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마스크를 쓰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홍 전 장관은 “일반인의 경우 마스크의 착용법을 잘 몰라서 오히려 부작용이 일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마스크가 불편해 손을 마스크 안에 대는 것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홍 전 장관은 또 “예방 효과 하지 않은데 모두 마스크를 쓰면 수급에 문제가 생겨 정작 필요한 사람이 쓰지 못할 때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덧붙였어요. 하지만 반론도 있습니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차이점, 미국과 중국은 물리적으로 멀고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가깝다라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조은희 중앙방역대책본부 과장은 7일 본보와 통화에서 “홍콩의 경우 일반인도 대중교통 탑승 등 일상생활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미국은 아무래도 중국과 멀고 인구대비면적인 고려했을 때 홍콩이나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조 과장은 또 “우리나라도 중국과 멀지 않기 때문에 국민이 불안함을 느낄 경우 마스크를 당연히 착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료기관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등을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하세요. 마스크가 없으면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옷소매로 입과 코를 가리세요.”
보건당국의 예방법은 어떨까요? 질병관리본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국민행동 수칙에서는 “의료기관을 방문할 경우 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 등을 방문 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합니다. 중대본 관계자는 “의료기관이나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비단 신종 코로나뿐만 아니라 감기 등 호흡기 유증상자에게 전부터 해당되는 내용”이라며 “특히 호흡기 관련 질환 유증상자의 경우 본인의 질환을 남에게 감염시키지 않는다는 목적으로 착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때 착용하는 마스크의 기준은 식약처에 따르면 KF80마스크입니다. 식약처는 “KF80 정도면 신종 코로나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 교수도 “어느 지역에 지역 사회 감염이 확산이 됐음이 확인되고 동선이 공개돼서 감염 경보가 내려지면, 해당 지역에서는 당연히 마스크를 전원 다 써야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렇게 꼭 써야 할 경우 딱 한 번 쓰면 버려야 하나요? 아니면 하루 정도는 써도 괜찮나요? 최 교수는 “의료인이 사용하는 일회용의 경우에는 환자 한 사람이 사용하고 바꿔야 된다”며 “일반 시민이 착용하는 건 가급적이면 한나절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라는 게 저희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은 무엇일까요? 바로 ‘손 씻기’입니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호흡기 바이러스는 매개물 감염을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큰 침방울은 무거워서 멀리 가지 못하고 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작은 침방울은 1~3m 날아다니다가 어딘가로 떨어진다는 거죠. 문제는 이 작은 침방울에 바이러스가 있다면요. 책상이나 손잡이 등에 떨어진 ‘바이러스 침방울’이 마르기 전에 모르고 손으로 만졌다가 눈이나 입에 닿으면서 감염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정 교수는 “결국 매개물 감염 방지 위해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며 하루 15번 이상 손을 씻을 것을 권고합니다.
대충 물에 헹구는 건 제대로 된 손 씻기가 아닙니다. CDC는 손을 씻을 때 비누를 사용해 흐르는 물에 20초 이상 손을 씻어야 하고 부득이하게 비누를 사용할 수 없을 시 에탄올이 60% 이상 함유된 손 소독제를 이용한 뒤 손을 씻을 것을 권고합니다.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무증상자의 경우 단순히 불안하다는 이유로 마스크를 쓰는 건 안 해도 될 것 같아요. 마스크가 없다고 당황할 필요도, 무리해서 웃돈을 주고 살 필요도 없겠습니다. 물론 병원이나 감염 우려가 큰 장소가 아닐 경우에 한해서요. 가장 중요한 건 손 씻기라는 걸 잊지 말아 주세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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