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대안신당·민주평화당, 제3지대 통합으로 호남표심 노려
지지도 절대 우위 민주당은 느긋
4·15 총선을 60여일 앞두고 구태의연한 지역 중심 정당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다. 저마다 위기에 직면한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의 속내가 ‘호남 통합신당’ 추진을 재촉한 탓이다. ‘제3지대 통합’을 명분으로 한 이 어색한 물리적 결합이 총선에서 파괴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정치권이 지역주의 청산을 외치는 가운데 등장할 ‘도로 호남당’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호남 통합신당 논의는 첫 언급이 이뤄진 지 단 이틀 만인 6일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5일 “제3지대 중도통합이 긴밀히 협의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했고, 최경환 대안신당 대표는 같은 날 라디오에서 “이달 중순까지 통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이날 창당 2주년 간담회에서 “다당제 시대를 이끌어갈 유력한 제3의 축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통합도 필요하고 새로운 정치세력 결합이 필요하다”며 통합을 기정사실화했다. 지난해 민주평화당에서 떨어져 나간 대안신당과의 통합 관련 질문에는 “큰 틀에서 진정성을 이해하고자 한다”고 답했고, “유승민 그룹이 나간 바른미래당은 다르다”고도 했다. 합당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한 것이다.
세 정당이 공히 붙잡은 명분은 제3지대 통합이지만 그 배경에는 맞아 떨어지는 이해관계가 자리한다. 대표직 사퇴를 두고 극심한 내분에 시달리다 급기야 현역 의원 연쇄 탈당으로 사실상 홀로 서게 된 손 대표에게 통합 논의는 하나의 출구 전략이다.
이달 14일 정당 보조금 지급을 앞두고 교섭단체 지위(20석 이상)가 절실한 각 당의 사정도 변수다. 바른미래당(17석), 대안신당(7석), 민주평화당(4석)이 물리적으로 결합하면 28석이다.
또 몸집을 불려 ‘여당 심판론’과 ‘제1야당 심판론’을 각각 부각해야 21대 총선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도 영향을 줬다. 한 대안신당 관계자는 “여당에 대한 불만을 잠재울 뚜렷한 대안 주체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시 한번 뭉치고 동시에 호남의 권익까지 지켜내겠다는 구상”이라며 “지역당 소리를 들어도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통합이 현실화 할 경우 호남 표심을 놓고 민주당, 호남 통합신당, 안철수계 신당이 나란히 각축전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의 표정은 느긋하다. 이들의 시너지가 호남에서 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 지역 응답자의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54%로 압도적 1위였다. 그 다음으로 응답자가 많은 것은 무당층(33%)이었다. 자유한국당(4%), 정의당(4%), 민주평화당(3%), 바른미래당(3%) 등은 겨우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호남 지역 응답자의 문재인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전체 평균(6일 리얼미터 기준, 48%)보다 높은 75%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지도부 의원은 “‘문재인 정부 호남 홀대론’이나 ‘국민의 당’ 바람이 거셌던 20대 총선과 올해 분위기는 완전히 상이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호남 정당의 정체성만 가지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기는 어려운 시대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 보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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