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연임 불가’ 수준의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회장 체제를 당분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공식 효력을 갖는 제재가 아직 통보되지 않았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인데, 앞으로 법정에서 금융감독원 제재의 정당성을 따지며 사실상 사태를 정면돌파 해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시 중단됐던 우리은행장 인선도 다시 재개한다. 우리금융과 금융당국의 일전이 불가피해졌다.
◇“기존 지배구조 결정, 변경 이유 없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정기이사회(7일)을 하루 앞둔 6일 사전 간담회를 열고 DLF 징계에 따른 향후 지배구조 대책을 논의했다. 당초 이날 손 회장이 거취를 밝힐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이사회는 결정 시기를 미뤘다.
이사회는 “기관 제재에 대한 금융위원회 절차가 남아있고, (손 회장) 개인 제재는 공식 통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거취 관련) 의견을 내는 것은 시기적으로 적절치 않다”며 “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기존에 결정된 절차와 일정을 변경할 이유가 없다는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손 회장에 대한 징계는 윤석헌 금감원장 전결로 이미 확정됐다. 하지만 연속 선상에 있는 기관 제재와 과태료 부과는 금융위 의결 등이 필요해 손 회장 징계 효력도 기관 징계 통보 시점부터 발효된다. 금융위가 “오는 3월 4일 이를 통지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이사회로서는 그 때까지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공식 결정을 미루겠다고 밝힌 셈이다.
◇‘사상초유 모험’ 성공할까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이날 발표가 사실상 손 회장 연임 결정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사외이사는 “손 회장 연임(지지)에 대해서는 이사들 간에 큰 이견이 없었지만 (징계가 공식 통보되지 않은) 시점에 먼저 거취 결론을 내리는 부분을 두고는 다소 이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특히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최근 금융당국 책임론이 금융권에 커지는 점 △법적 다툼시 승산이 높다고 보이는 점 등에 자신감을 갖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내달 초 당국의 공식 징계가 통보되면 즉각 행정소송이나 징계효력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 징계의 효력을 정지시킨 뒤, 3월말 주주총회에서 손 회장 연임을 강행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관측이다. 실제 우리금융은 이미 복수의 로펌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또 일시 중단됐던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 절차도 다음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역시 이사회의 손 회장 연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연임을 포기할 생각이었다면 먼저 차기 회장을 선출한 뒤 손발을 맞출 은행장 인선을 하는 게 순서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금융사 최고경영자(CEO)가 ‘절대 권력’인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은 뒤 자리를 지킨 전례는 없었다. 이에 금융권에선 “우리금융이 사상 초유의 모험에 나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금융당국과의 마찰도 불가피해졌다. 금융당국은 이날 손 회장 거취에는 말을 아꼈지만, “당국 제재의 근거가 약해 손 회장이 물러나는 건 불합리하다는 우리금융 측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CEO에 대한 제재는 명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향후 법적 대응이나 감사원 감사에서도 문제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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